6일 밤도 보여줘, 3년전 이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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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카타르와 월드컵 亞최종예선 3차전

2013년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위)이 경기 후 김신욱에게 안겨 활짝 웃고 있다. 동아일보DB
2013년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위)이 경기 후 김신욱에게 안겨 활짝 웃고 있다. 동아일보DB
 2013년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 1-1이었던 후반 막판 카타르는 ‘침대 축구’(시간을 끌기 위해 일부러 쓰러지는 것)를 구사했다. 추가시간도 거의 끝나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이동국이 극적으로 날린 슛마저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떨어지자 팬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손흥민이 공을 밀어 넣어 천금 같은 결승골을 뽑아냈다. 당시 대표팀의 핵심 공격 자원이 아니었던 손흥민은 교체 투입된 뒤 14분 만에 자신의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2호 골을 터뜨리며 진가를 입증했다. 그는 “선수 생활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골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손흥민(24)은 독일과 잉글랜드 등 유럽 리그 소속팀에서 세계적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량을 발전시켰다. 또한 그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과 아시안컵 등 국제 대회에서 큰 무대 경험을 쌓으면서 대표팀 공격의 기둥이 됐다. 3년 전 대표팀의 ‘기대주’에서 현 대표팀의 ‘에이스’로 거듭난 손흥민은 6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에서 카타르와 다시 만난다. 이 경기에 손흥민이 출전하면 그의 A매치 출전 기록은 50회가 된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5골을 터뜨리고 있는 손흥민은 대표팀 공격진 중 가장 컨디션이 좋다. 2일 강호 맨체스터시티와의 리그 경기에서는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 대신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 팀의 두 번째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유럽축구 통계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을 EPL 9월의 선수로 선정하면서 “9월 열린 리그 3경기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놀라운 한 달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4일 경기 안성풋살돔구장 건립 기념행사에 참석한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도 “손흥민은 단순히 EPL에서 뛰는 선수가 아니라 EPL을 이끌고 있는 선수다”라고 극찬했다. 지난 시즌 EPL 첼시의 사령탑으로 있으면서 손흥민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본 그는 “손흥민은 이영표, 박지성(이상 은퇴) 이후 최고의 한국 선수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이날 발표한 EPL 7주차 파워랭킹에서 1위에 등극했다.

 손흥민의 물 오른 공격 감각은 대표팀에 호재다. 약체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2차전에서 부진 속에 0-0으로 비긴 대표팀은 카타르전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전 당시 손흥민은 소속팀으로 복귀한 탓에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대표팀은 최전방 공격수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 등 일부 해외파가 소속팀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손흥민을 중심으로 공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슈틸리케 감독이 석현준 대신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김신욱(28·전북)을 최전방에 내세워도 손흥민과의 호흡에는 큰 문제가 없다. 1년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신욱이지만 브라질 월드컵 등에서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항상 붙어 다니면서 장난을 치는 등 친분을 과시한 둘은 ‘대표팀의 톰과 제리’로 불렸다. 손흥민은 “신욱이 형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돌아와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최종예선 1차전에서 교체된 뒤에 물병 뚜껑을 걷어차 물의를 빚은 손흥민은 카타르전을 앞두고 정신 무장도 새롭게 했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경기 외적인 행동에 문제가 있다. 불손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내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다.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슈틸리케호#월드컵#카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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