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승 김혜선 “다음 목표 대상경주 우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30일 05시 45분


지난 11일 여자기수로서는 최초로 개인 통산 200승을 달상한 김혜선. 열정 체력관리 섬세함으로 남자들 중심의 세계에서 존재를 과시해온 그는 통산 300승과 대상경주 우승을 목표로 계속 달린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지난 11일 여자기수로서는 최초로 개인 통산 200승을 달상한 김혜선. 열정 체력관리 섬세함으로 남자들 중심의 세계에서 존재를 과시해온 그는 통산 300승과 대상경주 우승을 목표로 계속 달린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7년 만에 여성기수 최초 200승
“비법은 열정·체력관리·섬세함
대상경주서 ‘남녀의 벽’ 깨겠다”

경마는 성 차별이 없는 스포츠다. 그렇다고 근력과 체력 등 신체상의 제약을 없는 것도 아니다. 500kg이 넘는 말을 타고 2000m 거리를 시속 70km로 질주하며 경쟁자와 싸움을 벌여야 되는 만큼 기수들의 얼굴은 매 경기 땀과 모래로 얼룩진다. 통상 경마는 남자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여자 기수들도 남자 못지않은 열정과 실력으로 활동 중이다.

● ‘여자 경마대통령’김혜선 200승 달성

코리아컵이 개최된 11일, 1경주와 3경주에서 김혜선이 연이어 우승하며 개인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2013년 11월, 한국 여성기수 최초로 100승을 달성한지 2년10개월만이다. “우승을 자신할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김혜선은 털어놓았다. 공교롭게도 두 경주 모두 양재철 조교사의 말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조교사들이 먼저 축하해주곤 하는데, 오랜만의 우승이라 그런지 정작 본인의 우승에 더욱 기뻐했던 것 같다”며 김혜선은 농담을 했다. 정작 200승을 달성하고 나니 기쁨만큼이나 허무함도 크다고 했다. “100승까지 매번 숫자를 셌다. 달성하고 나니 목표가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잠시 슬럼프도 왔다. 이제 300승을 달성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착잡하다”며 웃으면서 속마음을 비춰보였다.

김혜선 기수
김혜선 기수

● 7년 만에 쌓은 200승 의미

털털함과 솔직함이 매력인 김혜선의 별명은‘여자 경마대통령’혹은‘여자 박태종’이다. 올해 2000승을 달성하며 한국경마의 한 획을 그은 박태종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지만 여성으로서, 더군다나 7년 만에 200승을 달성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는 60여명이 활동하는 서울에서 지난해 7위, 올해는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태종 기수는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기수라 주변에서 별명을 불러주면 힘든 상황에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난다. 부담스러워서 그렇지 사실은 굉장히 기쁘고 과분한 별명이다”고 쑥스럽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 김혜선의 200승 비법 3가지

남자 경쟁자들 속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로 김혜선은 ‘열정’과 ‘혹독한 체력관리’를 강조했다. “열정이 강했던 만큼 전에는 심할 정도로 운동에 집중했다. 언젠가 확인해보니 서울에서 문세영 기수 다음으로 기승 수가 많았다. 지금은 요령이 있어서 과거처럼 많이 힘들진 않다. 이제는 무식하게 운동하는 게 아니라 경주 도중 약점이라 느껴지는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의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혜선은 “내년에 쓸 힘을 비축한다는 생각으로 올해는 체력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몸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했던 결과, 성적은 좋았지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경주마도 하루에 10두 이하로 훈련시키려고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말과 교감이 필요한 기수의 특성상 여성으로서의 강점을 물었다.

김혜선은 잠시 망설이다 ‘섬세함’이라고 대답했다. “남자에 비해 힘이 딸리다보니 자연히 이를 보완할 해결책을 찾게 됐다. 다행히도 말은 기계가 아니다. 성격도 주행습관도 제각각이다. 그런 부분을 빨리 캐치하려고 했다. 어떻게 해야 경주마가 잘 뛸지 면밀히 살피는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김혜선 기수
김혜선 기수

● 최초의 대상경주 우승 여자기수를 향해

그의 목표는 대상경주 우승이다. “특별경주에서는 우승을 해봤지만 대상경주에서는 경험이 없다. 우승을 한다면 여자기수로서 최초의 일이다. 대상경주 우승 이후에야 비로소 ‘여자 박태종’이란 별명이 떳떳해질 것 같다. 아직도 대상경주에 있어선 남녀의 벽을 완전히 벗겨내지 못한 것 같다. 믿음을 갖고 좋은 경주마를 주기만 한다면 나 역시 좋은 성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혜선은 유독 팬이 많다. 한 열성 팬은 200승 달성을 기념해 떡을 돌리기까지 했다. 김혜선은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특별히 응원해주시는 분이 계신데 손수 떡을 가지고 오셨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를 비롯해 경마관계자들에게 그 떡을 돌릴 계획이다”고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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