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대기록을 앞두고 있는 감독들의 딜레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1일 05시 30분


LG 박용택-정성훈-삼성 이승엽-한화 정근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LG 박용택-정성훈-삼성 이승엽-한화 정근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LG 박용택과 정성훈의 개인통산 2000안타, 삼성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홈런, 한화 정근우의 KBO리그 사상 최초 11년 연속 20도루 등. 2016시즌 대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부단히 노력해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족적을 남기는 선수들의 노고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각 구단 감독들도 선수의 대기록이 달성될 때마다 수장이기 전에 야구선배로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대기록 달성을 앞둔 선수의 해당팀 감독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물론 이기기 위한 경기운영을 우선순위로 두지만, 선수의 개인기록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올해 2000안타 타자를 2명이나 배출한 LG 양상문 감독도 박용택과 정성훈의 대기록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양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선발라인업에 변화를 많이 줬다. 특히 베테랑들의 체력안배를 위해 하루 이틀 경기에 빼주면서 컨디션을 조절해왔다. 하지만 대기록을 앞두고는 그럴 수 없었다.
양 감독은 기록이 다가올수록 경기 출장 기회를 계속 부여했고 “가능하면 홈구장에서 홈팬들 앞에서 기록을 달성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안타수와 날짜도 계산했다. 덕분에 박용택과 정성훈 둘 다 홈구장인 잠실구장에서 2000안타를 달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는 비단 해당 팀뿐 아니다. 대기록을 앞두고 있는 선수가 있는 팀을 만나는 상대팀 감독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8월31일까지 2개만 남겨두고 있는 이승엽의 600홈런이 터질 장소와 상대팀, 투수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명 한·일 개인통산 600홈런은 대단한 기록이지만 상대팀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타석에 이승엽이 있을 때 작전을 구사하기도 쉽지 않다. 1루가 비어있어서 채워야하지만 그를 상대로 고의4구 사인을 내면 비난이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양 감독도 “대기록을 달성하는 팀 감독뿐 아니라 그 기록을 달성해야 하는 선수가 있는 팀과 만나는 감독도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우리 팀은 기록이 빨리 나와 줘서 마음이 후련하다. 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기록은 박수쳐줄만한 일이지만 감독으로서는 머리가 아프다”고 남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사직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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