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마라카낭 주경기장 옆 낙서로 도배된 건물 알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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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 주변에는 경기장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젊은이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한 여자아이는 입구에 세워진 브라질의 축구영웅 ‘일데랄두 벨리니’ 동상의 모습을 따라하며 어머니에게 웃음을 안겼습니다. 전날 주경기장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경찰의 경계는 한층 강화됐지만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경기장을 따라 조깅을 하는 사람들의 행렬도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주경기장 반대편에는 정반대 분위기였습니다. 깨진 유리창, 온갖 낙서로 도배된 2층 건물이 올림픽 경기장들과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벽에는 올림픽을 조롱하듯 오륜기의 동그라미를 수갑으로 묘사한 낙서도 보였습니다. 경찰이 사람들의 건물 출입을 막고 있었습니다. 흉물스런 이 건물은 원주민들의 사연을 간직한 인디오 박물관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발길이 끊긴 듯한 인디오 박물관은 ‘새로운 세상(New World)’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올림픽 경기장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의아하게 건물을 올려다봤습니다.

인디오 박물관이 주경기장과 어색한 동거를 하게 된 건 올림픽에 대비해 주차공간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이 곳에 주차장을 만들 테니 땅을 양보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박물관 측은 어떤 보상을 하더라도 땅을 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거죠.

화합을 꿈꾸는 올림픽을 앞두고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공은 연방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강경 시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법원은 임시로 양 측 중 어느 누구도 건물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습니다. 갈등은 중재되지 못하고 결국 빈 자리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경찰만이 남게 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많은 시민들은 정부와 박물관의 싸움에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택시 운전사 세르지오 미란다 씨(43)는 “박물관 철거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다만 주차장이 없으면 올림픽 경기장 앞 동네에 차를 대야 하는데 사람들이 차를 긁고 갈까 걱정이 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화합의 장 속에서도 여전히 갈등, 그리고 무관심이 존재하는 브라질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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