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빛가람의 재발견…슈틸리케호, 유럽원정서 얻은 것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7일 05시 45분


옌볜 윤빛가람 (가운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옌볜 윤빛가람 (가운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체흐 농락한 프리킥골·결승골 어시스트
3년 8개월여 만에 복귀 ‘만점 신고식’
슈틸리케 감독, 킬패스·강철체력 주문

‘통산 15번째 A매치, 그리고 3호 골!’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윤빛가람(26·옌볜 푸더)에게는 더 없이 행복하고 특별한 시간이었다. 5일(한국시간)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에 선발출전한 윤빛가람은 전반 26분 날카롭고 정확한 프리킥 골을 뽑아낸 데 이어 전반 40분 절묘한 패스로 석현준(25·FC포르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해 축구국가대표팀의 2-1 승리에 앞장섰다.

체코전 승리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2002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2001년 원정 평가전에서 0-5로 완패하는 등 역대전적 3무1패의 열세를 끊었을 뿐 아니라, 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벌어진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당한 1-6 참패의 수모도 함께 씻어냈기 때문이다.

11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에서 스페인과 같은 조에서 16강 진출을 다툴 체코가 킥오프 초반부터 ‘강공 모드’로 일관한 까닭에 원톱의 뒤를 받친 공격형 미드필더 윤빛가람의 ‘공격 본능’도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감각적 프리킥 골도 인상적이었지만, 역습에서 정확한 타이밍으로 상대 공간을 침투하던 석현준에게 매끄럽게 볼을 배급한 장면은 백미였다. 경기 후 체코 매체들은 “프리킥에 세계적인 수문장 체흐(아스널)마저 속수무책이었다”며 낙담할 정도로 윤빛가람의 활약은 대단했다.

오랜 아픔을 끊었기에 의미는 더 컸다. 한때 윤빛가람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기대주였다. 청소년대표팀(17세 이하)과 올림픽대표팀(23세 이하)을 차례로 거친 그는 2010년 8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2-1 승)을 통해 A대표팀에 데뷔했다. 첫 경기부터 골 맛을 본 그는 2011년 1월 카타르아시안컵에도 출전했고, 이란과의 대회 8강 연장전에선 결승 중거리포를 터트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2012년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2-2 무)를 끝으로 더 이상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항상 복귀를 꿈꿔왔지만 현실이 되지 않았다.

기약 없는 기다림. 변화가 필요했다. 고심 끝에 환경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올해 초 윤빛가람은 옌볜을 중국 프로축구 갑(甲·2부)리그에서 슈퍼리그(1부)로 승격시킨 박태하(48) 감독의 부름을 받고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제주 유나이티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박 감독은 과거 대표팀 코치 시절부터 그의 남다른 축구지능과 감각을 높이 평가해왔다.

선택은 적중했다. 새 무대에서 윤빛가람은 정규리그 11경기 동안 프리킥 득점을 포함해 3골·3도움을 올리는 등 매 경기 알찬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에선 한국과 중국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마주치는 만큼 ‘중국대표팀이 윤빛가람을 봉쇄해야 한다’고 평가할 정도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대표팀 감독이 옌볜을 직접 방문했다는 소식도 화제였다.

그러나 3년 8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한 윤빛가람을 향해 슈틸리케 감독은 당근 대신 채찍을 먼저 꺼내들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라면) 좀더 적극적으로 볼을 받아야 하고, 결정적 패스도 많아야 한다. 또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본인도 이를 인정했다. “프리킥 골은 운이 좋았다”며 자세를 낮춘 윤빛가람은 “경기력이 100%가 아니다. 힘을 키워야 한다. 오랜만의 복귀전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었다. 그래도 자신감을 찾았다. 다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희망도 얻었다”고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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