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대 김종필 감독 “4강엔 못 갔지만…제자들 성장 행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3일 05시 45분


세한대는 올 3월 창단한 당진 지역 유일의 대학팀이다. 1학년 4명이 전부인 세한대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봄철, 여름철 대회 단체전에서 의미 있는 1승씩을 거뒀다. 세한대 김종필 감독과 이현민, 이훈, 유하늘, 이현덕(맨 오른쪽부터). 당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세한대는 올 3월 창단한 당진 지역 유일의 대학팀이다. 1학년 4명이 전부인 세한대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봄철, 여름철 대회 단체전에서 의미 있는 1승씩을 거뒀다. 세한대 김종필 감독과 이현민, 이훈, 유하늘, 이현덕(맨 오른쪽부터). 당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세한대 김종필 감독의 값진 선택

당진시청 감독 부탁에 세한대감독 맡아
선수 4명불구 배드민턴선수권 8강 경험
“값진 1승…선수들 실업팀 취직 시켜야죠”

2일 충청남도 당진체육관. 제59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 남자대학부 8강 경기에서 최강 원광대는 올해 3월 창단한 세한대에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박수는 준결승에 진출한 원광대, 8강에서 탈락한 세한대 모두를 향해 크게 울렸다. 관중과 다른 팀 감독 및 선수들도 1학년 4명이 전부인 세한대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격려를 보냈다.

현역 국가대표 선수 2명을 보유한 원광대는 아직 세한대에는 높은 벽이지만 김종필(34) 감독은 “졌지만 몸을 던져 수비하고 열심히 뛴 선수들이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쑥쑥 성장하는 모습이 느껴져 행복했다. 1학년 단 4명뿐이지만 16강에서 이기고 8강전을 경험한 것에 만족한다”며 밝게 웃었다.

주위에서는 “젊은 지도자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말이 들렸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궁금했다. 선수들에게 “감독은 어떤 분이냐?”고 묻자 “참 착한 사람이다”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당진중에서 코치로 활약했던 김 감독은 지난해 곧 태어날 둘째를 생각해 배드민턴 생활체육 강사로 변신을 준비했다. 학교 배드민턴 지도자들은 많게는 한 달에 수 백 만원을 벌 수 있는 레슨 강사의 길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한다. 학생들에 대한 열정과 끈끈한 정을 놓지 못해 지도자생활을 이어가지만 가족들을 생각해 결단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생활체육 레슨 강사를 하면 훨씬 더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 대학 팀 감독을 선택했다.

“준비를 거의 마쳤는데 당진시청 손진환 감독께서 ‘우리 지역에 대학 팀이 단 한 곳도 없다. 세한대학이 창단을 한다. 맡아 달라’고 했다. 고민은 짧았다. 이현덕 선수는 중학교 때 2년을 우리 집에서 생활했다. 신혼이었지만 4명의 학생들을 아내가 빨래하고 밥상 차리고 그렇게 함께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코트에서 더 좋은 경기를 하는 모습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더 큰 행복을 택했다.”

-아내의 헌신이 대단하다.

“중학생은 합숙이 안 되는데 타 지역에서 전학온 아이들이 머물 곳이 없었다. 아내가 간호사다. 안팎에서 아내의 도움이 없다면 지도자 생활을 계속 할 수 없었을 거다. 항상 감사한다.”

배드민턴은 비인기 종목이지만 올림픽에서는 항상 효자였다. 학교 팀은 소중한 요람이다. 원광대, 한체대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대학도 있지만 많은 학교는 특기생 장학금에 대회 참가비만 지원하고 있다. 김 감독은 자비로 동계훈련을 하고 고가의 선수용 장비도 자신의 지갑을 열어 구입하고 있었다.

-1학년 4명으로 출발한 창단 팀이다. 어떤 내일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창단 후 봄철, 여름철 대회 단체전에서 소중한 2승을 거뒀다. 선수들이 ‘아깝다. 우리가 스카우트 할걸’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게 하겠다. 당진시청 팀에서 장비도 지원해주고 함께 훈련도 할 수 있게 배려해줘 선수들이 형들을 보면서 쑥쑥 크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선수들이 졸업하기 전까지 좋은 성적 올려서 실업팀에 취직 잘 하는 거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당진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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