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역전의 명수’ 캔자스시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1일 05시 45분


캔자스시티는 ‘역전의 명수’로 통한다. 2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경기에서 1-7로 뒤진 9회말 7득점하며 8-7 승리를 거둔 것이 한 단면이다. 캔자스시티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도 11승 중 7차례 역전승을 거뒀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캔자스시티는 ‘역전의 명수’로 통한다. 2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경기에서 1-7로 뒤진 9회말 7득점하며 8-7 승리를 거둔 것이 한 단면이다. 캔자스시티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도 11승 중 7차례 역전승을 거뒀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5월 29일, 9회 1-7 상황서 8-7 역전
올 시즌 28승 중 35.7%가 뒤집기쇼

지난해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무려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르자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은 ‘Royals crowned kings of improbability and MLB’ 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과 메이저리그의 왕관을 모두 썼다는 뜻으로, 로열스가 짜릿한 역전극을 통해 정상에 등극했음을 알렸다.

29일(한국시간) 로열스의 홈구장 카프먼스타디움에서는 또 다시 절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역전극이 펼쳐졌다. 1-7로 뒤져 패색이 짙은 9회말 로열스는 거짓말처럼 7점을 뽑아내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8-7로 제압했다. 2010년 이후 6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9회에 돌입한 것은 2815번 있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은 이날 경기까지 5번밖에 없었다. 확률상 0.0017%의 기적인 것이다.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상대팀 화이트삭스의 로빈 벤추라 감독은 9회말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무리투수 데이비드 로버트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주말 4연전 중 1차전이 비로 취소된 가운데 화이트삭스는 2차전에서 5-7로 무릎을 꿇었다. 역시 역전패였다. 5-1로 앞선 6회말 에릭 호스머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후 7회에 대거 4점을 내주며 전세가 뒤집혔다.

전날 패배의 후유증 탓인지 벤추라 감독은 6점 차의 넉넉한 리드였지만 로버트슨을 호출해 상대 추격의 의지를 끊어 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4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시즌 12번째 세이브를 따낸 로버트슨의 방어율은 0.96에 불과했다. 첫 타자 파울로 오를란도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할 때만 해도 벤추라 감독이 옳은 선택을 한 것처럼 보였다.

15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오른 마이크 무스타카스를 대신해 3루수로 출전한 체슬로르 쿠트베르트가 중전안타를 친 후 브렛 아이브너의 2루타가 이어지며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평정심을 잃은 로버트슨은 오마르 인판테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만루 위기에 몰린 후 알시데스 에스코바르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역시 부상당한 알렉스 고든 대신 좌익수로 나선 위트 메리필드의 2타점 적시타와 맷 케인의 야수선택, 호스머의 적시 2루타로 1점 차가 된 후에야 로버트슨은 벤추라 감독에게 공을 넘기고 경기에서 물러났다.

로열스 전력의 핵심 살바도르 페레즈가 9회초 부상을 입어 대신 타석에 들어선 드루 부테라의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0.185. 올 시즌에도 0.211에 불과한 부테라는 상대의 바뀐 투수 토미 케인리의 시속 99마일(159km)짜리 강속구를 잡아당겨 좌중간을 가르는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이어 폭투로 부테라가 3루에 진출하자 벤추라 감독은 고의4구 2개를 지시했다.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생애 두 번째 메이저리그 경기 출전인 브렛 아이브너. 풀카운트에서 아이브너는 98마일(158km)짜리 직구를 밀어 쳐 1루수 글러브를 스치고 빠져 나가는 우전 안타를 때리며 대역전극에 종지부를 찍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4월 11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로열스는 1-3으로 리드당한 채 9회말 공격에 돌입했지만 2점을 만회해 연장에 돌입한 후 연장 10회말 4-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끝내기 점수는 안타를 기록하지 않고 얻은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선두타자 크리스티안 콜론이 상대 투수 트레버 메이로부터 볼넷을 얻어 진루하자 네드 요스트 감독은 테렌스 고어를 대주자로 기용했다. 현역선수 중 가장 빠르다는 평을 받고 있는 고어는 메이의 1루 견제가 빗나가자 총알같이 내달려 3루까지 진출했다. 2사 1·3루로 바뀐 상황에서 로렌조 케인을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던진 메이의 브레이킹볼이 포수 존 라이언 머피의 가슴에 맞고 옆으로 튀기자 고어가 홈으로 질주해 결승득점을 뽑았다. 경기 후 요스트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왜 고어를 로스터에 넣었냐고 물어왔는데, 오늘 경기가 바로 답이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5월4일에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전도 로열스 역전승의 백미 중 하나였다. 3-6으로 뒤진 8회말 1사 1·3루에서 에릭 호스머의 내야땅볼로 1점을 추가한 로열스는 마지막 공격에서 마이크 무스타카스의 2타점 동점 적시타와 로렌조 케인의 끝내기 중전 적시타가 이어져 7-6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8일에도 화이트삭스에 2-4로 끌려가던 8회에 3점을 뽑아내 5-4로 역전승했다. 올 시즌 로열스가 거둔 역전승은 10차례나 된다. 지금까지 거둔 28승 중 무려 35.7%를 역전승으로 장식한 것이다.

플레이오프 역사를 새로 썼다

2014년 오랜만에 플레이오프에 나선 로열스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한판 대결을 펼쳤다. 8회까지 3-7로 리드를 당한 로열스는 8회에 3점, 9회에 1점을 뽑아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12회초 어슬레틱스가 다시 1점차로 앞서 갔지만 이어진 말 공격에서 2점을 뽑아내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 경기에서 로열스는 무려 7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듬해에도 로열스의 기적은 계속됐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펼친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로열스는 3차례나 역전승을 거둬 3승2패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특히 1승2패로 탈락의 위기에 몰린 4차전은 압권이었다. 2-5로 리드를 당한 8회초에만 대거 5점을 얻은 후 9회에도 2점을 보태 9-6으로 승리를 거뒀다.

여세를 몰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4승2패로 제압하고 월드시리즈에 오른 뒤 1차전, 2차전, 4차전을 역전승으로 따내며 4승1패로 뉴욕 메츠를 제압하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따낸 11승 중 역전승은 무려 7차례였다. 63.6%에 달한 역전 드라마로 일궈낸 우승이었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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