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생존법’ 터득한 박병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16일 05시 45분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클리블랜드전 연타석홈런 등 장타↑
집중견제에 멀티볼넷으로 출루율↑


박병호(30·미네소타)가 연타석 홈런으로 매서운 장타 페이스를 보인데 이어, 첫 ‘멀티 볼넷’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거포로 살아남는 법을 깨달아가고 있다.

박병호는 15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 원정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6-3 승리에 힘을 보탰다. 미네소타는 8연패에서 탈출했다. 시즌 타율은 0.245에서 0.248(101타수 25안타)로 조금 올랐다.

전날 4연속경기 무안타 침묵을 깨고 메이저리그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날린 박병호는 이날 처음으로 볼넷 2개를 골라 나갔다. 슬럼프 탈출과 함께 의미 있는 볼넷이었다. 거포들에게 타격만큼 중요한 건 ‘선구안’이다. 장타에 대한 부담감으로 상대 투수들은 점차 박병호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전날 연타석 홈런의 영향 때문인지 클리블랜드 투수들은 박병호의 한 방을 의식했다. 어려운 승부가 많아질수록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을 골라내는 게 중요하다. 시즌 초 지역 언론에서 박병호의 선구안을 두고 문제를 삼은 적도 있었다. 볼넷이 적고 삼진이 많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이날 경기 전까지 삼진이 35개인데 반해, 볼넷은 9개에 그쳤다.


2014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코리 클루버를 상대한 박병호는 2회초 첫 타석에서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4회 2사 후에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안타는 3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2-1로 앞선 6회 1사 1루서 클루버의 3구째 91마일(약 147km)짜리 직구를 받아쳐 좌전 안타를 날렸다.

8회 바뀐 투수 토미 헌터에게 3루수 앞 땅볼로 물러난 박병호는 9회 댄 오테로를 상대로 또 다시 볼넷을 골라냈다. 두 차례 볼넷 모두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거포로 살아남을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을 만든 셈이었다.

전날 박병호는 연타석 홈런으로 시즌 8·9호를 신고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지만 홈런 페이스는 한국에 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에도 박병호는 5월 13일 시즌 9호 홈런을 쏘아 올렸고, 5월 19일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9호 홈런을 돌파했다. 지난해 박병호는 53홈런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 2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같은 개수를 기록하는 건 꿈같은 일이지만 장타 페이스가 심상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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