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인사이드] 박병호 홈런 페이스 마쓰이 추월 모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3일 05시 45분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4월 홈런 6개…쳤다하면 대형홈런
‘동양인 최다홈런 31개’ 돌파 관심


메이저리그가 개막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미네소타의 중심타자로 자리 잡은 박병호(30)의 활약은 팬들의 기대를 뛰어 넘고 있다. 강풍 수준이 아니라 태풍급으로 빅리그를 강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4월(미국 현지시간 기준)에 그린 아치는 무려 6개. 쳤다 하면 비거리 130m를 훌쩍 넘기는 대형홈런이 대부분이라 미국 팬들에게 동양야구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동양인 타자 중 최고 거포는 단연 마쓰이 히데키(42)다. 한동안 뉴욕 양키스의 간판스타로 군림했던 마쓰이는 2012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10년 동안 17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빅리그 진출 직전인 2002년 일본 요미우리에서 50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린 마쓰이가 메이저리그 루키 시즌인 2003년에 친 홈런은 16개에 불과했다. 무려 106타점을 올리며 성공적인 연착륙을 했지만 파워 면에서는 일본 홈런왕도 메이저리그보다 한 수 아래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례였다. 마쓰이는 2004년 31홈런을 터뜨렸는데 이것이 단일시즌 아시아타자 최다홈런 기록이다.

마쓰이보다 13년 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간판타자들을 능가하는 거포 본능을 과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만약 현재 페이스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조지마 겐지가 2006년 시애틀 시절 기록한 동양인 루키 최다홈런(18홈런), 추신수의 단일시즌 한국인 최다홈런(2010년·2015년 22홈런) 및 마쓰이가 데뷔 2년차에 기록한 동양선수 최다홈런(31홈런)도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다.

물론 박병호의 성적에는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시범경기 때 첫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던 것과는 달리 정규시즌에 쏘아 올린 6개의 아치가 모두 솔로홈런이어서 4월(한국시간 5월 1일까지) 8타점이었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적시타를 치지 못했다. 그러나 5월 2일 디트로이트전 1회 2사 1·2루에서 마이크 펠프리와 풀카운트 접전을 벌이다 우전안타로 첫 득점권 적시타를 기록하며 시즌 9타점째를 올렸다. 득점권 16타석 만에 나온 첫 적시타. 홈구장 타깃필드에서 5번 지명타자로 나서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3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린 박병호의 타율은 0.232(69타수 16안타)가 됐다. 2일까지 69타수에서 당한 삼진은 23개고, 출루율은 0.299를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0.551에 달한다. 미네소타는 5-6으로 패해 4연패에 빠졌지만 루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은 한줄기 위안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박병호는 미네소타 타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힌다. 이는 상대 팀의 박병호 약점 파고들기가 더욱 집요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2004년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뛰었던 최희섭은 4월 한 달 동안 무려 9개의 홈런을 치는 등 전반기에만 15개의 홈런포를 가동했지만 후반기에는 단 한 개도 추가하지 못했다. 162경기로 치러지는 장기 페넌트레이스에서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을 올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주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대호(시애틀), 김현수(볼티모어), 최지만(LA 에인절스) 등과는 달리 지명타자를 대신해 투수가 타석에 서는 내셔널리그 팀과의 인터리그 경기를 제외하고 붙박이 주전으로 시즌을 출발한 박병호의 현재까지 성적표는 A등급이다. 미국의 유력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도 박병호를 ‘4월의 최고 지명타자’로 꼽았을 정도다. 이른 감이 있지만 박병호가 30개 이상의 홈런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사상 첫 한국인 신인왕 등극을 바라볼 수도 있다.

손건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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