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팬도, 선수도, 코치도 불편한 한화 야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8일 05시 45분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 끊임없이 불거지는 투수 혹사 논란

송창식·김경태·장민재 논란의 중심에
지난 시즌 투수 관리 실패 답습 우려도
로저스 컴백? 팀 위한 희생 기대 못해


요즘 한화 야구를 보는 팬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아니 불편하다. 특히 ‘혹사 논란’이 일고 있는 투수 교체와 관련해서 더욱 그렇다. 이 논란은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15시즌부터 거셌다. 권혁, 박정진, 윤규진 등의 필승계투조가 매일같이 등판했다. 실제로 윤규진, 박정진은 시즌을 온전히 마치지 못했다. 확실한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시즌 중반까지 자주 등판했던 투수들의 구위는 갈수록 떨어졌고, 한화는 결국 지난해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정규시즌 종료를 한 달여 남겨둔 승부처에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15시즌 권혁은 78경기(112이닝), 박정진은 76경기(96이닝)에 각각 등판했다. 권혁은 2004년(81이닝)에 기록했던 개인 한 시즌 최다이닝을 뛰어넘었다. 박정진은 지난해 9월 10일 이후 등판 기록이 없는데, 만약 온전히 시즌을 소화했다면 리그 최다등판(1위 NC 임정호·80경기)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7월까지 4.91이던 한화의 팀 방어율은 8월 이후 5.48로 크게 치솟았다. 같은 기간 불펜(방어율 4.41→6.06)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 시즌 한화는 불펜의 힘으로 근근이 버텼는데, 확실한 동력이 무너지니 팀 성적도 급전직하했다.

올해는 송창식과 김경태, 장민재가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송창식은 지난해에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64경기에서 109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13일 두산전에서 16구를 던진 뒤 바로 다음날(14일) 2번째 투수로 등판해 무려 91구(4.1이닝)를 투구해 벌투 논란에 휩싸였다. 송창식은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6일에도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김경태는 이제 팀이 올시즌 12경기를 소화한 상황에서 2차례 4일 연속 등판을 했다. 6일 대전 넥센∼9일 마산 NC전, 12일 대전 두산∼15일 대전 LG전까지 총 8경기에 등판했다. 장민재도 팀 내 가장 많은 8경기에 등판했는데, 2일 연속 투구가 3차례나 있었다. 이 기간에 투구수는 총 208개에 달했다.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16일 김경태와 장민재의 잦은 등판에 대해 “지나치게 써서 미안하다. 김경태는 4일 연달아 쓰면 안 되는데, 던져주니 고맙다”고 했다.

한화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투수 혹사는) 선수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투수코치들은 김성근 감독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했고, 현역 감독 출신 인사는 “한화 코치들이 꽤나 머리가 아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시즌 투수 관리 실패로 가을야구에 실패했는데, 올해도 이를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13일 2군행을 통보받은 고바야시 세이지 투수코치가 짐을 싸 일본으로 돌아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가 한화와 재계약하지 않은 것도 투수 운용 방식의 차이였다. 당시 김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고만 했다.

게다가 현재 한화에는 확실한 선발감도 사실상 전무하다. 16일 현재 선발방어율이 무려 8.93으로 압도적인 꼴찌다. 상대 선발과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투수가 없다. 외국인 최고액인 190만 달러를 주고 재계약한 에스밀 로저스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이다. 팔꿈치 통증으로 서산 2군구장에서 재활 중인 로저스는 최근 불펜피칭을 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정확한 복귀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몸 상태를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로저스도 지난해 10경기 만에 75.2이닝을 소화했고, 이 중 완투가 4차례였다. 국내 구단의 한 코치는 “외국인선수들은 조금이라도 아프면 던지지 않으려고 한다. 메이저리그(ML)도 아닌 타지에서 팀을 위해 던진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아프면서까지 희생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며 “로저스는 ML에서 불펜으로만 뛰다 한국에서 순식간에 많은 이닝을 던졌다.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하다. 로저스의 존재가 절대적인 상황인데, 한화도 꽤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전했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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