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 입상 박종현, 49세 맞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5일 05시 45분


박종현
■ 벨로드롬 노병들의 질주

42세 장보규·신우삼도 ‘제2의 전성기’
52세 현역 허은회는 자기관리의 표본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명언은 벨로드롬에서도 유효하다. 노병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베테랑 경륜선수’들이 벨로드롬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천명(50세)의 나이에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과 당당히 겨루어 우승까지 일궈내고 있다.

● 49세 박종현, 올 1∼3월 우수급 11번 입상

팔팔한 노장선수의 대표주자는 우수급 박종현(사진)이다. 1968년생이니까 올해로 지천명을 코앞에 둔 마흔아홉 살이다. 6기 출신으로 경륜 6년 이후 프로에 데뷔해 18년 동안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9세면 경륜선수로서는 ‘할아버지급’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1월16일 광명 우수급 10경주에 출전해 결승경주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날 그와 경쟁한 선수들은 현재 특선급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성호와 우수급 강자들인 최성국, 주현욱 선수였다.

성적 면에서도 1월부터 3월까지 우수급에서 총 11번의 입상했다. 현재 우수급 연대율 72%로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우수급에서 70% 연대율을 기록하는 것은 몇몇 강자들을 제외하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삼연대율은 무려 90%에 달한다. 올해 출전한 18번의 경주에서 딱 두 번, 3착권 밖으로 밀렸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입상을 선행과 젖히기 승부를 통해 기록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70%가 넘는 연대율을 기록한 것도 대단하지만 대부분 자력승부를 통해 이뤄냈다는 점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한다.

허은회

52세 허은회, 42세 장보규·신우삼도 맹활약

박종현 뿐만 아니다. 1기 원년 멤버로 원조 선행형 강자로 불리 장보규, 마크의 교과서로 불리는 1기 신우삼, 허은회 선수의 활약도 대단하다. 장보규는 1974년생으로 우리나이로 42세다. ‘할아버지급’은 아니어도 ‘아재급’은 훌쩍 넘었다. 올해 우수급에서 총 15경기에 출전해 선행 승부를 통해 우승 7회, 준우승 3회를 기록했다. 장보규의 장기는 강력한 체력을 기초에 둔 선행. 불혹의 중반을 내다보는 1기 출신이 선행으로 우수급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성적까지 꾸준하게 기록한다는 점은 후배 자력형 경륜 선수들이 왜 장보규 를 롤 모델로 삼는지 알 수 있다.

박종현과 동갑내기인 신우삼도 ‘대단’을 넘어 ‘위대’하다. 3월20일 부산 우수급 2경주에 출전해 조재호 선수를 상대로 추입 우승을 거두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저돌적인 경주 운영과 젊은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투혼을 발휘해 벨로드롬을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성적은 예전 같지 않지만 1기 멤버로 한국 경륜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우수급 허은회의 존재감은 후배들에게 크나큰 희망을 주고 있다. 올해 나이 52세로 자기 관리만 충실하게 한다면 누구든 50세 이상 경륜 선수로 활약할 수 있고, 또 우수급에서 뛸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허은회는 오늘도 최고령 노장 선수로 새로운 경륜 역사를 매일 매일 써나가고 있다.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 덕이다. 자기관리를 잘 하는 이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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