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한국축구의 치열했던 아시아 최종예선 생존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2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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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월드컵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1994미국월드컵 ‘도하의 기적’
1998프랑스월드컵 ‘도쿄대첩’
2014브라질월드컵 ‘이란 쇼크’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아시아 최종예선. 역대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가장 극적인 드라마가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졌다. 1994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출전한 한국은 당시만 해도 한수 아래로 여겨지던 숙적 일본에 0-1로 덜미를 잡히는 등 4차전까지 1승2무1패에 그쳐 자력으로는 본선 진출이 어려웠다. 하필이면 최종전 상대 역시 부담스러운 북한이었다. 한국으로선 무조건 2골차 이상으로 북한을 꺾은 뒤 일본이 이라크에 비기거나 패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처지였다.

10월 28일 벌어진 마지막 5차전에서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완파했다. 그러나 남북대결에서 승리한 직후에도 우리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경기를 치른 일본이 종료 직전까지 이라크에 2-1로 앞서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 바로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이라크가 종료 10초를 남기고 극적으로 2-2 동점골을 뽑았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한국선수들은 펄쩍펄쩍 뛰었고,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을 믿어 의심치 않던 일본선수들과 일본국민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한국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도전기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생생하게 기억되는 장면은 이렇게 탄생했다.

‘도하의 기적’이 낳은 기운은 19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으로도 이어진 듯했다. 한국은 1997년 9월 26일 도쿄에서 벌어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 일본과의 원정경기에서 또 한 차례 기적을 만들었다. 후반 중반까지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38분 서정원의 벼락같은 헤딩 동점골, 41분 이민성의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 역전 결승골로 도쿄국립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일본 관중의 함성을 멎게 했다. ‘도쿄 대첩’으로 이름 붙여진 짜릿한 승리였다. 한국은 이 승리를 기폭제 삼아 6차전까지 5승1무로 쾌속질주하며 일찌감치 프랑스행 티켓을 확보했다. 최종성적은 6승1무1패.

가장 가까운 사례인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도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시아의 신흥 맹주로 등장한 이란에 홈과 원정에서 모두 패하고, 약체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선 비기는 등 고전 끝에 4승2무2패, A조 2위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다. 5승1무2패의 이란이 A조 1위로 본선 티켓을 차지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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