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우승 가능한 상황 온다면 승마 배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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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3월 30일 05시 45분


LG 이병규. 스포츠동아DB
LG 이병규. 스포츠동아DB
미디어데이 ‘적토마 우승 공약’ 후일담

2016시즌을 앞두고 LG가 고사를 지낸 29일 잠실구장. 이병규(42·9번·사진)가 ‘적토마 우승 공약’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LG 주장 류제국(33)은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잠실구장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외야 펜스가 열리면서 말을 타고 이병규 선배가 야구장을 달릴 것”이라는 이색 우승 공약을 내놓았다. ‘적토마’라는 별명을 가진 이병규가 말을 타고 그라운드를 휘저을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즉석 공약이 아니었다. 미디어데이에 동석한 박용택(37)도 “이건 몇 년 전부터 나눴던 얘기다. 구단 프런트에서도 말을 준비해준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순간 말을 타고 잠실구장을 돌아야 하는 이병규의 입장은 어떨까. 이병규는 “이미 합의가 끝난 얘기가 맞다”며 껄껄 웃고는 “애들과 얘기하다가 ‘우승하면 내가 말 타고 운동장 달릴게’라고 말했다”고 공약의 출처를 털어놓았다.

이병규는 우승 세리머니의 주인공답게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그는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월요일(휴식일)마다 승마를 배우러 가야겠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적토마를 타야 하니까 빨간색 말을 마련해달라”고 구단 직원에게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준비도 철저했다. 그는 “원정에선 말을 못 구할 수도 있으니까 홈에서 우승해야겠다”며 “말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흥분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 내가 탈 때는 관절이 좋지 않은 노마(老馬)를 준비해야겠다”고 말해 또 한 번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병규가 이토록 우승 공약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하나다. 우승을 향한 목마름. 그는 “적토마가 없으면 백마를 타도 좋으니 우리가 우승했으면 좋겠다”며 간절하게 말했다. 스스로도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그는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고, 시범경기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기회가 온다면 후배들과 잘 어우러져서 열심히 해보겠다”는 그의 말에 자신감이 넘쳤던 이유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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