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신고’ SK 고메즈, 타격은 ‘B학점’ 수비는 ‘A학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9일 05시 45분


SK의 새 외국인선수 헥터 고메즈는 수비에 강점을 지닌 내야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8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선 타고난 배트 스피드를 바탕으로 홈런을 신고했다. 공수에 걸쳐 SK의 복덩어리가 될 수 있을지 흥미롭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SK의 새 외국인선수 헥터 고메즈는 수비에 강점을 지닌 내야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8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선 타고난 배트 스피드를 바탕으로 홈런을 신고했다. 공수에 걸쳐 SK의 복덩어리가 될 수 있을지 흥미롭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새 외국인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배트 스피드 탁월…수비 넓고 어깨 강해
시범경기 사이드암 투수 상대로 3점홈런


SK는 외국인타자가 제도적으로 부활한 2014년 이후 타자 쪽으로는 재미를 보지 못한 팀이다. 첫 해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던 루크 스캇(38)은 기대이하의 성적 속에 항명파동까지 일으켜 중도 퇴출됐다. 지난해 앤드류 브라운(32)은 28홈런을 때려냈지만 타율이 0.261에 그쳤고, 타점 76개로 영양가가 부족했다.

2차례 실패 끝에 SK는 이름값보다는 내실을 추구했다. 앞선 2명은 외야수였지만,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내야수를 선택했다. 그렇게 고른 헥터 고메즈(28)는 마이너리그에서 611경기를 유격수로 뛰고, 2루수와 3루수까지 보는 멀티 내야수였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선 2루수로 가장 많은 28경기에 뛰었고, 3루수 18경기, 유격수 17경기에 나섰다.

고메즈의 메이저리그 성적은 초라하다. 3시즌 통산 83경기에서 타율 0.183, 1홈런, 8타점에 그친 선수다. 지난해 가장 많은 66경기에 나섰으나 134타석에 그쳤다. 마이너리그에서도 10년 동안 통산 타율 0.259, 60홈런, 315타점을 기록했다. 타격이 장점인 선수는 아니었다. 도루도 메이저리그에선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10시즌 동안 65개에 그쳤다.

데뷔전부터 홈런 쾅! ‘특A급’ 스윙스피드, ‘양날의 검’ 적극성

그러나 이름값이 전부는 아니다. 고메즈는 첫 공식경기부터 홈런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SK 김용희 감독은 “우리 팀에서 김동엽 다음으로 멀리 친다”며 웃었다. 타고난 배트 스피드 덕분에 걸렸다 하면 타구 비거리 자체는 엄청나다는 것이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워낙 스윙 스피드가 빠르다. 장타력이 B급이라면, 그 대신 스윙 스피드는 특A급이다. 끌어 치는 능력이 좋고, 타구가 빠른 장점이 있다. 다만 느린 공, 체인지업이나 잠수함투수의 공에는 고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메즈는 8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 개막전 1회초 첫 타석에서 2구째 공에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4회에는 파울 3개를 쳐낸 끝에 4구째에 2루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6회 2사 1·2루서 사이드암 배장호를 상대로 볼카운트 1B-2S서 5구째 몸쪽 116km짜리 커브를 퍼올려 좌월3점홈런을 터트렸다. 이번에도 파울 3개가 먼저 나올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정 코치는 이에 대해 “적극성이 남다르다. 공을 많이 보라고 하는데 원체 공격적이다. 본인이 적응해 나가겠다고 했는데 지켜봐야 한다”며 “홈런을 친 상황을 보면, 느린 커브였는데 배트 스피드로 이겨내더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낯선 잠수함투수들의 공에 대한 대처도 기대이상이라는 평가였다.

● 유격수 수비에 대한 후한 평가, 장점 살린 역동적 수비

당초 SK는 고메즈를 2루수 자원으로 생각하고 영입했다. 지난 2년간 삼성에서 2루수로 뛴 야마이코 나바로(29·현 지바롯데)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유격수 김성현과 짝을 이뤄 키스톤 콤비로 활약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통해 여러 조합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고메즈가 유격수, 김성현이 2루수로 가는 것이 ‘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김용희 감독은 이에 대해 “고메즈는 수비범위가 넓고, 어깨도 강하다. 또 (김)성현이가 2루에서 움직임이 빠르다. 이 조합이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격수 수비는 어땠을까. 3회말 1사 후 정훈의 타구가 2루 위를 지나갈 때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잡지 못했다. 188cm의 큰 키에 몸을 던졌지만, 타구는 글러브를 외면했다. 4회에는 선두타자 황재균의 유격수 앞 땅볼 타구를 안정적 포구와 강한 송구로 처리했다. 다이빙 캐치를 한 차례 실패했으나, 전체적으로 수비에선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미 캠프 때부터 베이스커버나 콜플레이 등에서 국내선수보다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코칭스태프의 평가를 받았다.

후쿠하라 미네오 수비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뛰어난 선수다. 평소 본인이 해왔던 퍼포먼스만 보여줘도 팀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본인이 했던 것들에 대해 프라이드를 가지고 경기에 임해준다면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비동작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자 “가끔 다이빙 캐치를 하다 공을 놓치기도 하지만 수비범위가 절대 좁은 선수가 아니다. 작고 빨리 뛰는 선수들의 수비가 뛰어나 보일 때도 있지만, 체격도 크고 스케일도 큰 장점을 살려서 역동적 수비를 보여준다”고 답했다.


● 헥터 고메즈는?

▲생년월일=1988년 3월 5일(도미니카공화국 출생)
▲키·몸무게=188cm·88kg(우투우타)
▲미국프로야구 입단=2004년 콜로라도(아마추어 FA)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3시즌 83경기, 타율 0.183, 1홈런, 8타점, 출루율 0.219, 장타율 0.307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
10시즌 688경기, 타율 0.259, 60홈런, 315타점, 출루율 0.300, 장타율 0.412
▲2016시즌 연봉=65만달러

울산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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