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시대의 야구, 로봇에게 자리 내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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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와 최정상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반상 대결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인간 대 기계’라는 상징성 때문에 바둑 문외한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바둑으로 새삼 흥행몰이를 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은 이미 도처에서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육체적 탁월함’을 겨루는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바둑처럼 수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두뇌 싸움’을 벌이는 야구에서는 벌써부터 로봇에게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선수 평가와 육성 분야에서 로봇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지난해 19승을 거둔 메이저리그 휴스턴의 콜린 맥휴는 2013시즌이 끝난 뒤 콜로라도에서 방출됐었다. 당시 콜로라도의 코치들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레이저에서 추출된 빅데이터는 그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커브의 분당 회전수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휴스턴에서 커브를 가다듬은 그는 리그 다승왕을 다투는 투수로 변신했다.

이젠 트레이너 영역도 로봇이 개입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키나트랙스(Kinatrax)라는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의 부상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뼈·관절의 움직임과 각도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 추출해 부상을 예방한다.

데이터에 기반 한 전술 수립은 이미 보편화됐고, 구단 운영마저도 로봇이 지휘하는 시대다. 보스턴의 경우 ‘Carmain’이라는 프로그램이 선수 몸값 등 중요 사항을 결정한다. 프런트는 프로그램이 산출한 금액에 따라 움직인다.

물론 로봇의 급부상에 따른 피로감도 있다. 보스턴의 존 헨리 구단주와 시카고 컵스의 테오 엡스타인 사장은 올해 ‘숫자(로봇)와 인간의 균형’을 운영 기조로 선언했다. 역설적이게도 두 팀은 최첨단 방식으로 팀을 운영해 왔다.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다분히 숨고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큰 줄기는 되돌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간의 고유 영역마저도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논리로 보호 받아온 심판이 첫 대상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로봇 심판’을 준비하고 있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로봇이다. 이미 지난해 독립리그에서 테스트했는데, 잡음 하나 없었다. 감독의 절대 권한인 투수 교체에도 로봇이 나설 거라고 한다.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와 근피로도 등 각종 데이터로 교체 시점을 판단하는 ‘로봇 감독’이 등장하는 것이다.

로봇 팔을 이용한 훈련 장비가 사용되고 있는 걸 보면 ‘로봇 선수’가 나올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 이미 야구 기사는 로봇이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야구장에서 이뤄지던 모든 일들을 로봇이 맡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빠진 스포츠는 놀이에 불과하고, 감동 대신 쾌감만 남을 거라고 하지만 그 시대는 이미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라이스대 바르디 교수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한다면 인간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끝나면 야구계도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윤승옥채널A기자touch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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