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지인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파크에서 타격 훈련을 마친 두산 유격수 김재호. 시드니=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요즘 두산 유격수 김재호(31)의 이름 앞에는 ‘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신랑인 그는 올해 초 두산의 새 주장이 됐다. 그래서인지 지난주 두산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김재호는 새 시즌을 향해 마음가짐도 새롭게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땡볕에서 훈련하느라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에 면도를 하지 않은 얼굴에는 강한 의지가 배어 나왔다. 김재호는 “예년에는 시즌 종료 후 두 달 정도 쉬었기 때문에 몸을 만드는 데 시간이 꽤 필요했다. 올해는 지난해 말까지 대표팀에서 뛰다 보니 컨디션이 너무 빨리 올라와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2004년 두산 입단 후 오랜 세월 후보 신세였던 김재호는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렸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혀 출전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도 눈부신 활약으로 한국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골든글러브를 낀 것도 첫 경험이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김재호에게 올 시즌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김재호는 김태형 두산 감독이 자신을 주장으로 선임했을 때 “‘왜 나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무거운 짐을 떠안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우승한 다음 해에 주장을 맡게 되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기 마련. 하지만 그는 처음 맡은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긍정적으로 여기게 됐다고 한다.
“동료들에게 하기 싫은 얘기를 해야 할 수도 있고, 명색이 주장인데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도 있다. 모든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뽑아낼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이라도 다 하겠다.”
김재호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타율, 타점, 출루율, 실책, 득점의 순서로 가중치를 뒀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실전처럼 훈련하고 있다”며 “공 하나를 치더라도 안타성 타구를 만들려 집중하고, 밀어치기 위주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말했다.
결혼 전후의 변화를 물었더니 김재호는 “총각 때는 부모님이 다 챙겨주셨는데 결혼하고 나니 부지런해져야 하더라. 청소도 하고, 밥도 혼자 챙겨 먹을 때도 있다. 가장의 책임감이 커졌다”며 웃었다. 그는 과거 무명 시절을 떠올리며 “백업 시절에는 경기에 많이 나오지 못하니까 여자친구나 나나 모두 야구장 응원 얘기는 피했다. 그래서 더 빨리 주전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둡고 긴 터널을 막 뚫고 나와 화려한 빛을 보기 시작한 김재호는 “야구는 배움의 연속이다. 야구에서의 정답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은퇴해야 한다. 내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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