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문영윤 “가족을 위해 죽을 힘 다해 페달 밟는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20일 05시 45분


“가족은 나의 힘!” 2년 만에 특선급에 컴백한 ‘벨로드롬의 성실맨’ 문영윤이 아내 이은주 씨, 아들 지후와 함께 행복한 포즈를 취했다. 문영윤은 “우수급 붙박이에서 특선급으로 특별승급한 힘의 8할은 가족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문영윤
“가족은 나의 힘!” 2년 만에 특선급에 컴백한 ‘벨로드롬의 성실맨’ 문영윤이 아내 이은주 씨, 아들 지후와 함께 행복한 포즈를 취했다. 문영윤은 “우수급 붙박이에서 특선급으로 특별승급한 힘의 8할은 가족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문영윤
2년만에 특선급 컴백 문영윤

지난해 말 아들 지후 태어난 후 경기도 술술
훈련용선수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2년 만에 특선급으로 돌아왔다. 좋기도 하지만 우수급에서 헤매다 진출한 탓인지 부담된다. 이제 어엿한 아빠가 됐으니 벨로드롬에서도 가장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10일 창원 우수급 결승에서 젖히기로 1착하며 2주 연속 입상(1, 2착내 진입)해 특선급으로 특별승급한 문영윤(33·14기)은 담담해했다. 개인으로선 2년 만에 복귀이며 14기 중 5번째 특선급 진출이다. 올해 10년 차 중견 레이서다. 그동안 잦은 부상으로 우수급 붙박이로 자리매김을 하나 싶었으나 첫 아이를 맞으면서 지난 시즌 말부터 변했다. 문영윤을 바꾼 힘은 무엇일까.

-오랜 만에 특선급으로 복귀했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2년 전 특선급과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이다. 승부타이밍이 빨라졌을 텐데 강자 내지 선행형을 끌어낸 후 마크전환 내지 여의치 않을 경우 기습선행도 대비하겠다. 금, 토요경주가 강자 위주 경주이나 일요경주는 강자 빠진 편성이라 전력 비슷한 선수들이 함께 편성돼 해볼 만하다. 오히려 모두가 1착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우수급 결승 보다 결승 진출 실패한 몇 몇 강자들이 있어 마크하기 좋을 것 같다.”

-소속 인천팀 중 양희천에 이은 특선급 진출이다. 인천팀 자랑을 한다면.

“한지혁 지부장 등 27명의 대식구다. 프로라서 상대방 간섭을 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훈련 방법에 따라 광명스피돔, 영종도, 아라뱃길 팀으로 나눠 훈련하고 있다.”

그는 인천 토박이다. 자전거와의 인연은 좀 허망하다. 인천 임학중학교 사이클팀 창단 때 키(지금 183cm)가 제일 커서 차출(?)됐다. 운동도 잘해 사이클 감독의 눈에 띄었고 그 덕에 인천체고까지 갔다. 그러나 힘이 들어 몇 번을 그만 두려고 했다. 힘이 돼 준 건 아버지였다. 중학교 때 휴대용카세트, 고교 때 컴퓨터를 사 주면서 ‘당근작전’으로 운동을 독려했다.

-경륜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공익 제대이후 잠시 인천체고 코치를 맡고 있을 때 내가 차라리 경주에 임하자란 생각에 손에 호루라기를 놓고 다시 발로 페달을 밟았다. 경륜은 놓쳤다가 다시 잡은 행운의 동아줄인 셈이다.”

-기억에 남는 경주를 꼽는다면.

“2007년 11월16일 우수급 데뷔전 1착, 17일 신인왕전 준우승했는데 18일 특선급에서 올라 꼴찌를 했던 순간이었다. 신인답지 않은 안일한 생각에 찬물을 맞은 기분이라 지금까지 좋은 약이 되고 있다.”

문영윤의 성실함은 벨로드롬계에선 잘 알려져 있다. 팀훈련에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개인훈련도 마찬가지다. ‘문영윤=미스터 성실’이다. 그런 그에게 ‘울렁증’이 있다. 훈련할 때 특선급 상위권 시속이 나오고 있으나 실전에서 이상할 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다 훈련용 선수라는 각인으로 찍힐까 두렵기까지 한다.

-평소 훈련은 어떻게 하나.

“와트바이크(사이클 훈련용 자전거)를 통한 개인훈련, 끊임없는 웨이트트레이닝이다. 특히 10년 전과 비교해 선수들이 전력향상을 위한 자기계발이 치열한데 당시 한, 두 대 밖에 없었던 와트바이크가 이젠 대중적으로 자리 잡혔다.”

-아내와의 러브스토리가 유명하던데.

“아내(이은주, 29세)와 지난 해 8월 태어난 아들(지후)이 있다. 2011년 11월, 지인 소개로 아내를 만났다. 메신저를 통해 주고 받은 사진 몇 장과 연락이 전부였지만 어느 날 아내가 보내준 사진에서 힌트를 얻어 안경사로 일하던 아내의 안경점을 불시에 찾았다. 너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연애 중 2014년 라디오 청취자 사연을 통해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감동을 받은 아내가 받아들이면서 같은 해 결혼에 골인했다.”

문영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다. 영화배우 제임스 딘의 명언이다. 그는 “올해는 ‘내일 죽을 것처럼’ 페달을 돌려 특선급에 남아 문영윤의 이름을 남기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