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용병’ 193cm는 너무 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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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엔 190cm 이상 선수들이 보탬돼… 180cm 조 잭슨은 출전시간 적어
‘화려한 플레이’ 도입 취지 빛바래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183cm의 키로 미국프로농구(NBA) 사상 최단신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앨런 아이버슨의 말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국농구연맹(KBL)은 각 팀의 외국인 선수 2명 중 1명의 키가 193cm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키 작은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로 농구팬들을 붙잡겠다는 의도였다.

시즌 개막 전까지 가장 기대를 모았던 단신 외국인 선수는 오리온의 조 잭슨(사진)이었다. 웬만한 국내 선수보다 작은 키(180cm)지만 국내 데뷔 무대였던 8월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에서 슬램덩크 슛을 터뜨리며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한 뒤 잭슨이 출전한 경기 시간은 232분 2초에 그치고 있다. 같은 팀의 장신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뛴 588분 5초의 절반도 안 된다.

1라운드까지 국가대표로 차출된 이승현의 공백을 메워야 했던 헤인즈의 출전시간이 긴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2명이 함께 3쿼터에 뛸 수 있는 2라운드에서도 잭슨의 출전시간은 평균 15분대에 그치고 있다. 2라운드 평균 출전시간이 30분 04초인 헤인즈와 대조된다.

2라운드에서 단신 외국인 선수의 득을 가장 많이 본 팀은 모비스다. 외국인 단신 선수로 커스버트 빅터(192cm)를 뽑은 모비스는 2라운드에서 7승을 더해 5위에서 2위까지 올라섰다. 골밑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빅터는 함지훈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2라운드 3쿼터에서 모비스의 평균 실점은 1라운드보다 1.9점 늘어난 반면 평균 득점은 6.3점 많아졌다. 모비스 다음으로 득을 본 팀은 마리오 리틀(190cm)을 앞세운 KGC다. 리틀도 골밑 플레이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결국 외곽 슛과 드리블 등의 화려한 기술보다는 골밑 플레이를 도와줄 수 있는 단신 외국인 선수(언더사이즈 빅맨)가 팀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4라운드 이후부터는 외국인 선수 2명이 함께 출전하는 쿼터가 2, 3쿼터로 더 늘어난다. 한 프로농구팀 관계자는 “단신 외국인 선수들의 개인기를 막기 위해 3쿼터에는 지역방어를 할 수밖에 없다. ‘재밌는 농구’라는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면서도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팀에서는 성적을 내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193cm도 단신이라고 볼 수 없다. 아예 조 잭슨처럼 190cm 이하로 단신선수 기준을 낮추지 않는 이상 언더사이즈 빅맨 선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LG는 11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101-63으로 이기며 이번 시즌 최다 점수차(38점) 승리를 기록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조 잭슨#단신 선수#앨런 아이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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