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박병호도 무시 못하는 천적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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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등 사이드암-언더핸드에 약점… 타이밍 뺏는 손민한 만나도 속수무책

1980년대 국가대표 남자 배구팀의 왼손 거포였던 한장석 전 대한항공 감독의 아들인 KIA 한승혁(22)은 넥센 박병호(29)를 만나면 더 공격적으로 공을 던진다. 그래서인지 박병호는 올 시즌 한승혁의 ‘기’에 눌려 있다. 올 시즌 7차례 맞대결에서 삼진을 4개나 당했다. 5월 8일 한승혁에게서 처음이자 유일한 홈런을 뽑아냈지만 이틀 뒤 삼진으로 보복을 당했다. 150km대 직구가 위력적인 한승혁은 “병호 형과의 대결이 재밌다”고 말한다.

박병호는 올 시즌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투수들에게도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오버핸드 투수들과 달리 완급을 조절하는 투구에 능한 이들 유형의 투수들에게 번번이 타이밍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마무리인 사이드암 투수 임창용(39)과의 5차례 맞대결에서는 안타 하나 없이 삼진을 4개나 빼앗겼다. 체인지업과 포크볼의 중간 형태 변화구가 일품인 KIA의 신인 사이드암 투수 박정수(19)를 상대로도 3번 중 2번은 삼진을 허용했다. KIA의 핵잠수함 김병현(36)과의 3차례 맞대결에서는 삼진 2개와 범타로 물러났다. 완급 조절과 제구력을 갖춘 노장 손민한(40·NC)을 만나서도 5번 중 1번만 안타를 뽑아냈고, 삼진은 2개를 당했다. 12일에는 3구 삼진까지 당했다. 이전 타석까지 3연타석 홈런을 친 박병호였지만 타격 리듬을 빼앗는 손민한의 투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박병호는 2013∼2014시즌에도 손민한에게 7타수 1안타로 밀렸다.

팀으로는 한화에 가장 재미를 못 봤다. 한화를 제외한 8개 팀을 상대로 3할을 넘나드는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병호지만 한화를 만나서는 타율이 0.225에 그치고 있다.

반면 천적 관계를 청산한 투수도 있다. 올 시즌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의 동갑내기 유희관(두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유희관에게 6타수 1안타에 삼진을 4개나 당했던 박병호는 올 시즌 유희관을 상대로 9타수 5안타에 홈런 1개를 기록하고 있다.

장충고에서 유희관을 지도했던 유영준 NC 스카우트 팀장은 “희관이와 병호가 고등학교 때는 한 번도 붙지 않아 프로에서 어떠한 대결을 벌일지 궁금했었는데 올 시즌에는 병호가 희관이를 많이 연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박병호#천적들#임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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