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 없는 모비스, 포지션 파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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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영-라틀리프 공백 메우게 센터 함지훈 가드훈련 시키고
양동근은 골밑 1대1 강화 주문

올 3월 2014∼201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프로농구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사진)은 느닷없이 다음 시즌 얘기를 꺼냈다. 유 감독은 특히 센터인 함지훈을 지목하며 “3점슛과 도움 능력도 있는 선수니 다음 시즌을 앞두고 가드 훈련을 시킬 것”이라고 깜짝 발언을 했다.

농담처럼 들렸던 유 감독의 발언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요즘 모비스의 훈련에서 함지훈은 가드 훈련을 하고 있다. 올 시즌부터 포지션이 ‘가드 겸 센터’가 된 함지훈은 양동근 대신 속공을 전개하고, 드리블로 하프 라인을 넘어 센터에게 볼을 투입하는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중거리슛 연습 시간도 늘렸다. 센터가 아닌 가드나 슈터의 움직임과 스텝도 익히고 있다.

모비스는 우승 주역인 주득점원 문태영을 자유계약선수로 삼성으로 보냈다. 지난 시즌 센터였던 리카르도 라틀리프도 외국인 선수 계약 제도가 바뀐 탓에 다른 팀에서 뛸 확률이 높다. 문태영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6.92점에 6.3리바운드를 올리며 골밑과 외곽에서 높은 팀 공헌도를 보여줬다. 라틀리프도 경기당 평균 20.11점과 10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차포’나 다름없는 선수들이 이탈했지만 보강된 전력은 없다.

위기를 타파하고 프로농구 4시즌 연속 우승을 위해 유 감독이 뽑은 카드가 바로 ‘포지션 파괴’다. 함지훈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을 하나의 포지션에 묶어두지 않고 많이 움직이게 하는 토털 농구를 하겠다는 것이 유 감독의 구상이다. 유 감독이 “모비스는 포지션이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유 감독은 또 그동안 벤치를 지켰던 송창용, 전준범, 배수용 등을 문태영의 대타로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양동근에게는 골밑 1 대 1 공격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모비스 관계자는 “6, 7명의 선수들을 철저하게 짜놓은 각본 아래 움직이게 하는 유 감독의 ‘시스템 농구’가 이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모비스#포지션 파괴#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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