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愛] 정진식 전력분석부장 “2분짜리 영상분석 보고 좋은결과 낼 때 가장 기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일 05시 45분


NC 정진식 운영팀 전력분석부장은 1989년 이영민타격상을 받았을 정도로 손에 꼽히는 유망주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발목을 다치면서 선수생활을 짧게 마쳤다. 프런트로 변신해서는 전력분석팀을 이끌며 선수들에게 더욱 쉽고 재미있는 분석 자료를 만들어주기 위해 여념이 없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 정진식 운영팀 전력분석부장은 1989년 이영민타격상을 받았을 정도로 손에 꼽히는 유망주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발목을 다치면서 선수생활을 짧게 마쳤다. 프런트로 변신해서는 전력분석팀을 이끌며 선수들에게 더욱 쉽고 재미있는 분석 자료를 만들어주기 위해 여념이 없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정진식 NC 운영팀 전력분석부장

한화 유망주서 불의의 발목 사고로 전업
전력분석 중요성 깨닫고 운영팀 일 매진
분석 뿐만아니라 팀 사기 높이는 역할도
재미 위해 투구영상 궤적에 자막 넣기도


현대야구는 ‘데이터야구’라고 할 수 있다. 투수들의 구종이 다양해지고, 타자들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작전도 복잡하고 세밀해졌다. 현장의 경험과 더불어 분석된 데이터로 상대의 허점을 공략하는 야구가 이제는 정착되고 있다. ‘공룡군단’ NC에는 전력분석의 첨단화를 꿈꾸는 이가 있다. NC 전력분석을 맡고 있는 정진식 운영팀 전력분석부장이다. 브리핑이 있는 3연전 첫 경기, 화요일과 금요일을 앞두고는 자료를 만드느라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지만, “선수들이 분석 자료를 통해 좋은 결과를 냈을 때가 어느 때보다 기쁘다”는 그를 만났다.

● 영화처럼 재미있게, 뉴스처럼 정확하게!

마산 홈경기가 있을 때 NC 선수들은 오후 1시 야구장에 출근하지만, 정 부장의 일과는 오전 10∼11시부터 시작된다. 선수단에 몇 분의 브리핑을 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경기 중에도 쉴 수가 없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구장의 불을 밝힌다.

그래도 정 부장은 NC의 전력분석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목표도 확실하다. “영화 같이 재미있는, 2분짜리 뉴스처럼 짧지만 정확한 영상자료를 만드는 일”이다. 정 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전력분석은 페이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TV 중계가 활성화되면서 영상이 대세가 됐다”며 “나 역시 NC에서 선수들에게 영상으로 전력분석 자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이 만든 영상자료의 핵심은 ‘재미’다. 상대 투수의 연속투구를 편집하고, 마치 뉴스처럼 자막을 넣는다. 선수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남모를 노력의 일환이다. 정 부장은 “재미있는 영화는 1시간도 짧지만, 재미가 없으면 10분도 1시간 같다”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직접 눈으로 상대 투수의 투구 궤적을 보는 동안 분석 내용을 뉴스자막처럼 넣는 것을 고민해 만들었다. NC만의 ‘디-라커(선수단에 제공된 태블릿PC를 통해 전력분석영상을 수시로 볼 수 있도록 한 엔씨소프트의 내부 공유 시스템)’를 활용해 선수들이 언제든지 투수나 타자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데, 지루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이영민타격상 유망주에서 전력분석원으로!

정 부장은 2002년 롯데에서 프런트 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 경남고에서 이영민타격상을 수상할 정도로 유망주였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199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번이라는 높은 지명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발목을 다치면서 입단 5년 만에 자유계약선수로 풀려났다. 롯데에서 3년간 선수생활을 연장했지만 결국 은퇴했다. “운영팀 일은 매니저 빼고 다 해봤다”는 그는 30년을 넘게 야구계에 있으면서 전력분석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NC 전력분석팀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LG에 2패한 뒤 묘안을 내놓았다. 선수들에게 전력분석 자료 대신 정규리그 LG전에서 활약했던 모습을 편집해 보여줬다. 패배의식을 없애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단순한 분석이 아닌 팀의 사기를 높여주는 것까지도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에 나왔던 방법이다. 그 덕분일까. NC는 포스트시즌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정 부장은 “전준호 (주루)코치님의 경우는 매일 같이 분석실을 찾아 편집된 영상을 보며 상대 배터리를 분석한다. 2013년 디-라커가 생기기 전까지는 나성범, 이재학, 박민우 등 주요 선수들이 전력분석실을 들락거리며 자료를 참고했다”며 “선수들이 조금씩 전력분석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팀원들이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지만 좀더 믿음을 줄 수 있는 전력분석팀이 될 때까지 더 뛰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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