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우승감독 자른 A구단, 감독 면접이 아르바이트 뽑는 것도 아니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4일 05시 45분


후임 감독 유력 후보 2명이 불발되자
타팀 수석코치에 “지원서 내라” 전화

B구단 단장, 서브 못마땅해 훈련 지시
동영상 분석해보니 서브 성공률 최고

요즘 배구인들 사이에서 화제의 팀이 있다. 모처럼 좋은 성적을 낸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뒤로 많은 말이 나온다. 배구계만큼이나 소문이 많은 곳도 드물다. “귀에 늦게 들어오고 빨리 들어오고의 차이만 있을 뿐, 배구판에서 비밀은 없다”고 말하는 배구인도 있다.

●전화로 타 팀 수석코치에게 입질하다!

‘높은 분’의 뜻에 따라 감독과의 재계약을 거부한 A구단은 후임자를 물색하느라 요즘 동분서주하고 있다. 구단 고위층과 평소 가깝다는 배구인을 통해 ‘내려온’ 2명의 후보 중 한 명이 낙점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12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안 간다. 8일 (V리그) 시상식 때 63빌딩에서 그 구단의 단장을 우연히 만났는데, 감독을 맡아달라고 해서 ‘지금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며 최근의 사건에 자신이 연루된 것은 ‘누명’이라고 부인했다. 또 다른 후보는 다른 팀과 계약이 남아있는 데다, 중요한 국제경기를 앞두고 있어 쉽사리 움직이기 어렵다.

유력했던 후보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발되자, A구단은 백방으로 후보자를 알아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왔다. 어느 구단의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서를 내라고 했다. 그 수석코치는 전화를 건 상대방의 직책이 무엇인지, 실제 구단 관계자인지도 모른다. 또 다른 팀의 수석코치도 같은 전화를 받았다. 비밀로 해달라면서 지원서를 내라고 했다. 그 코치는 “우승한 감독을 잘라놓고 무슨 소리냐”며 도리어 싫은 소리를 했다.

명색이 프로배구단의 감독을 뽑는 것인데 일 처리 과정은 마치 아르바이트생 면접을 보는 것 같다. 진짜로 그 사람을 뽑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위에서 내려온 사람의 들러리로 구색을 갖추기 위해 지원서가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감독자리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이런 팀에 행여나 간들 앞으로 좋은 꼴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 사건을 잉태한 3월 어느 날의 회식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회식 자리에서 A구단 최고위층이 감독에게 술을 따라줬는데 마시지 않은 것이 결정타다. 물론 그 구단은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라고 했다. 그 감독은 우승하기 전까지는 이미 금주를 선언했고, 그동안 잘 지켜왔다. 따지고 보면 상을 받아야 마땅했다.

3월 중 벌어진 이 회식의 이면에는 또 다른 사건이 있다. 시즌 도중이었다. 그 팀의 훈련 때 구단 책임자가 선수들에게 기술을 지도한 것이 첫 번째 발단이었다. 그 책임자는 선수들의 약한 서브리시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손수 시범을 보였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이 해프닝은 감독과 책임자가 다음날 1대1로 만나 없던 일로 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현장을 존중해달라”는 감독의 얘기는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그 책임자도 받아들였다.

문제는 3월 회식 때 그 책임자가 또 한 번 서브리시브 문제를 꺼낸 것이다. 시즌이 끝난 다른 팀의 유명 리베로를 임시 인스트럭터로 데려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서브리시브 훈련을 시키자는 내용이었다. 이 말을 듣고 “그렇게 하라”고 말할 감독은 세상에 없다. 회식은 불쾌한 분위기로 끝났다. 선수들도 이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사기를 올리려고 했던 회식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

한편 A구단은 이에 대해 “이력서 부분은 와전됐다. 감독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후보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먼저 우리 팀에 올 의사가 있는지 전화로 의견을 물어본 것이다. 미리 누구를 사전에 정해놓고 한 것이 아니고 동시에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 책임자의 기술시범도 원론적인 얘기만 한 것이지 실제로 선수들에게 기술지도를 한 것은 아니다. 그 분은 선수를 하지도 않았다. 회식 부분도 실제와 다른 내용이 있다. 빨리 새 감독을 선정해야하는데 이런저런 소문 때문에 곤란한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기억에만 의존하는 B구단 단장

또 다른 팀의 단장도 무수한 뒷말을 낳고 있다. 유난히 서브에 ‘꽂혀’ 있었다. 2년째 그랬다. 하필이면 자신이 지켜보는 경기마다 자기 팀 선수들이 서브 범실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오자 화가 났다. 사무국장을 통해 감독에게 지시했다. 선수들이 서브를 제대로 넣을 수 있도록 훈련을 많이 시키는 등 특별조치를 주문했다. 센스가 있었던 국장은 단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전하지 않았다. 중간에서 적당히 둘러댄 뒤 현장에는 분위기만 넌지시 알려줬다.

이러기를 몇 차례. 그 단장은 지시사항이 고쳐지지 않자 직접 감독에게 주문했다. 사람 좋은 그 감독은 문제를 만들기 싫어 “알았다”고만 답했다. 그 단장은 집요했다. 직원들을 시켜서 자기 팀 선수들의 서브 성공과 실패를 모두 분석하라고 했다. 직원들은 며칠 동안 동영상을 보면서 일일이 분석했다. 그 결과 그 팀의 서브 성공률이 최고였다. “기억을 믿지 말고 기록을 믿어라”는 메이저리그의 격언이 있다. B구단 단장은 그 말의 뜻을 알까.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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