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굴스키 최재우 “평창서 꼭 메달 따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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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굴스키의 대들보’ 최재우가 3월 15일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열린 재능기부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는 기대주다. 턴과 멘탈을 보완한다면 입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모굴스키의 대들보’ 최재우가 3월 15일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열린 재능기부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는 기대주다. 턴과 멘탈을 보완한다면 입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한국 모굴스키의 대들보를 만나다

지난 1월 한국스키 사상 첫 월드컵 4위
“비인기종목에 투자해주시는 분께 감사”
동호인·스폰서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
“부모님 뒷바라지, 메달로 꼭 보답할 것”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2월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경기력 향상 보고회를 통해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 20개를 획득해 종합 4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전까지 동계올림픽 최고 성적은 2010년 밴쿠버대회에서 거둔 종합 5위(금6·은6·동2)였다. 평창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략종목을 다변화해야 한다. 그동안 강세를 보인 빙상뿐 아니라 설상종목의 메달 사냥도 필수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모굴스키의 대들보’ 최재우(21·한체대)다. 최재우는 1월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4위에 올랐다. 한국스키선수의 월드컵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3월 15일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열린 재능기부행사에서 그를 만났다.

● 최재우 모친이 준비한 특별한 바비큐 파티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의 모굴스키 동호인들과 관계자들이 모였다. 최재우의 어머니 이미란 씨는 자비로 돼지 2마리를 잡아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홀로 뜨는 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간 재우를 위해 물심양면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스키선수들이 국내서 설상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약 100일에 불과하다. 반면 캐나다에선 300일까지 가능하다. 만년설이 있는 지역에선 1년 내내 스키를 탈 수 있다. 최재우는 어린 시절부터 주로 캐나다에서 훈련했다. 대부분의 비용은 그의 부모가 댔다. 경제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다. 당시 몇몇 관계자들은 최재우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아무 조건 없이 스키 부츠 등을 지원했다. 최재우의 가족은 그 고마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현재 최재우는 CJ와 영원아웃도어 등의 후원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이젠 행복하다”며 웃었다.

재능기부행사가 끝나자 곳곳에선 최재우에게 기념사진 촬영 요구가 이어졌다. 최재우는 환한 미소로 팬들에게 답례했다. 모굴스키 동호인들에게는 그가 영웅과 같다. 저변이 넓지 않은 한국에서 이런 선수가 나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 모굴스키? 모험심 강한 최재우 맞춤형 종목

최재우의 비상은 영재교육의 산물이다. 최재우는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와 인라인롤러, 수영 등 운동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특히 스키는 남들보다 훨씬 습득 속도가 빨랐다. 4세 때 처음으로 폴을 잡은 뒤 7세 때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을 세계적인 스키어로 키우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아들의 손을 잡고 캐나다로 날아갔다. 이때부터 매년 겨울 3∼4개월씩 캐나다에 체류했다. 그곳은 스키의 신세계였다. 알파인뿐만 아니라 모굴·에어리얼·크로스·하프파이프 등 등 다양한 프리스타일 종목을 접했다.

북미와 유럽의 알파인선수들은 허벅지가 여성의 허리만큼 두꺼웠다. 동양선수들이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마침 최재우는 둔덕을 요리조리 헤집고 내려오다 공중기술까지 펼치는 모굴스키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결국 10세 때 알파인에서 모굴스키로 전향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두려움이 적고 모험심이 좀 강했다. 내게 딱 맞는 종목이었다”며 웃었다.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한국계 미국인 토비 도슨(현 모굴스키대표팀 코치·한국명 김봉석)이 동메달을 획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꿈은 더 커졌다.

● 2018년 평창에서 태극기 휘날리겠다!

최재우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2007∼2011년) 아예 캐나다 휘슬러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실력은 급성장했다. 2009년에는 최연소 모굴스키국가대표로 뽑혔고, 2011년에는 캐나다대표팀 상비군 선발전을 겸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귀화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재우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외국에서 주로 운동을 했지만, 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내 꿈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이었다. 국적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특히 우상인 토비 코치께서 (2011년) 대표팀을 맡았기 때문에 더 한국에 오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최재우는 2012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FIS 프리스타일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선 결선에 올랐다. 2가지 모두 한국선수로는 사상 최초였다.

이제 그의 목표는 평창이다. 3년 뒤면 모굴스키선수로서 전성기인 20대 중반의 나이라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한다. 모굴스키에선 턴(60%), 점프(20%), 스피드(20%)를 복합적으로 평가하는데, 특히 턴과 멘탈을 보완한다면 메달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최재우는 “비인기종목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많은 기대 속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난 오히려 그 점이 좋다. 자신에게 더 많은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에서 꼭 태극기를 휘날려 날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의 목에 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포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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