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과 김기태의 기발한 ‘상부상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7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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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삼성 류중일 감독(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KIA 타이거즈
KIA 김기태 감독-삼성 류중일 감독(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KIA 타이거즈
“후배가 정중하게 협박(?)을 하니 어떻게 해요. 들어줘야지.”

삼성 류중일(52) 감독이 기분 좋게 껄껄 웃었다. 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KIA 김기태(46) 감독과 짧고 굵은 대화를 나눈 후였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 때 KIA를 만나면 모종의 도움을 주기로 미리 약속했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이날 오전 짬을 내 삼성 캠프를 방문했다. KIA가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오키나와에 삼성도 4일부터 둥지를 튼 터라 류 감독에게 인사하러 달려온 것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서 류 감독을 보좌했던 KIA 조계현 수석코치도 김 감독과 함께 나타났다. 류 감독은 아끼는 후배 감독과 코치의 방문에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류 감독은 김 감독이 돌아간 뒤 “사실 KIA와 약속을 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삼성은 시범경기 개막일인 7일부터 15일까지 홈 대구에서만 8연전을 치른다. 반대로 KIA는 원정 6연전으로 시범경기를 시작한다. 시범경기 기간에도 선수들이 틈틈이 훈련할 장소가 필요한데, 마땅한 곳을 물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때마침 KIA는 9일 휴식일 이후 10일과 11일 대구에서 삼성과 두 경기를 치른다. 김 감독은 “이 시기에 우리 선수들이 대구구장이 비는 시간에 훈련을 해도 되겠느냐”고 의사를 물은 것이다. 류 감독은 “우리 선수들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대구는 곤란하다”며 2군 구장인 경산 볼파크 훈련을 제안했다. 그러나 시간과 이동거리를 고려했을 때 경산은 KIA에게도 불편한 장소다.

이때 류 감독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대구에서 게임을 할 때 홈팀과 원정팀의 훈련 시간을 바꾸면, KIA가 더 여유 있게 시간을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보통 경기 전에는 홈팀이 먼저 나와 훈련을 한 뒤 원정팀이 이후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야구장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KIA가 홈팀보다 먼저 훈련을 하면, 조금 더 일찍 나와서 원하는 시간만큼 유동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다. 김 감독도 “그렇게라도 해주시면 감사하다”며 손을 맞잡은 것은 물론이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니까 홈팀과 원정팀이 순서를 바꿔서 훈련하는 것도 재미난 풍경 아니겠느냐”며 “김 감독 얼굴을 보고 우리도 꼭 협조하고 싶었다”며 다시 한번 웃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두 감독의 ‘상부상조’다.

오키나와(일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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