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우승인 만큼 거창한 뒤풀이를 떠올렸던 기자의 예상은 틀렸다. “숙소 콘도에서 엄마, 트레이너랑 라면 끓여 먹었다. 시상식, 인터뷰를 마치니 오후 8시가 넘은 데다 춥기도 했고. 그 맛이 꿀맛이더라.”
2일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최나연(28·SK텔레콤·사진)의 목소리는 밝았다. 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5시즌 개막전인 코츠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거둔 최나연은 2013년과 2014년 두 해 연속 무관에 그친 뒤 맛보는 감격에 눈물까지 쏟았다. 2008년 LPGA투어 데뷔 후 59개 대회 만인 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했다. “첫 승을 향한 기다림의 세월보다 지난 2년 동안 번번이 좌절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더 심했다. 이러다 영영 트로피와 인연이 멀어질 것 같았다.”
최나연은 새 시즌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훈련량을 늘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을 쳤다. 일주일에 6번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근육량이 많아지면서 체중이 2∼3kg 늘었다. 나잇살은 아니다(웃음). 주로 샷 연습만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쇼트 게임 비율을 50%까지 늘렸다. 퍼팅과 100야드 내외 공략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대회 기간에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피트니스센터에 들렀던 그는 새롭게 바꾼 퍼팅 그립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해 말부터 왼손을 오른손 아래로 잡는 역그립 퍼팅을 하고 있는 것. 다만 거리감이 필요한 20m 넘는 롱퍼팅은 예전처럼 정상 그립으로 한다. 최나연은 “손목을 쓰는 버릇 때문에 방향이 나빠졌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가 역그립을 쓰는 걸 보고 한번 바꿔 봤는데 감이 좋았다.” 지난해 평균 퍼팅 수가 30.19개(79위)였던 최나연은 이번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퍼터를 24번만 잡으며 1∼4라운드 평균 퍼팅 수를 28개로 떨어뜨렸다.
최나연에게 개막전 우승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7월 이전에는 정상에 오른 적이 없는 슬로스타터였기 때문이다. “날이 좀 더워져야 몸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첫 승을 일찍 신고해 한층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올해 3승 정도 하고 싶다. 후배들이 축하를 많이 해줘 고마웠다. 나도 그들에게 잘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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