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유니폼 벗은 선동열, 푸른피 양준혁 삼성서 마침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3일 06시 40분


선동열 전 KIA 감독. 스포츠동아DB
선동열 전 KIA 감독. 스포츠동아DB
■ 대스타들이 그라운드와 작별하는 자세

‘선수가 나이가 들면 먼저 파워가 사라지고, 그 다음에는 발이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친구가 사라진다.’ 메이저리그의 유명한 격언이다.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는 “베이스라인이 오르막길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때 모든 야구선수들은 그만 두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선수생활 황혼기를 맞은 많은 선수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스타들은 많지만 마지막까지 큰 박수를 받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스타들이 그라운드와 작별하는 방법은 각양각색. 그 평가도 하늘과 땅이었다.

김동주(39)는 국가대표 4번타자로 활약하며 프로에서 162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9 (3000타수 이상 기준 역대 8위), 273홈런(역대 9위), 1097타점(역대 4위)의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마지막은 쓸쓸했다. 현역 연장을 위해 은퇴식, 해외연수를 마다하고 17년간 뛰었던 두산 유니폼을 벗었지만 kt에 더 후한 계약을 요구하다 팀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스즈키 이치로(42)는 일본 도쿄에서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취재진 앞에 섰다. 한때 1800만 달러(약 198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았고, 미일 통산 4122개의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이치로는 156개 남은 메이저리그 3000안타를 위해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에 절반도 안 되는 액수에 도장을 찍었다. 같은 일본 스타인 구로다 히로키(40)는 샌디에이고가 1800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했지만 ‘힘이 남아있을 때 돌아와 다시 던지겠다’는 8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친정 히로시마로 복귀했다. 연봉은 5분의1 수준인 4억엔(약 36억5000만원)이었다.

선동열 전 KIA 감독은 1999년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정상에 있을 때 유니폼을 벗겠다’는 소신, 그리고 친정 해태의 이적료 요구에 염증을 느껴 화려한 은퇴를 택했다.

푸른 피가 흐른다는 양준혁, 줄무늬 유니폼에 큰 자부심을 가졌던 버니 윌리엄스는 각각 영원한 삼성, 양키스 선수가 되기 위해 현역 연장 기회를 포기하고 은퇴한 경우다. 2008년 뉴욕 양키스에서 시즌 20승을 거둔 마이크 무시나는 300승까지 30승이 남아있고 나이도 40세였지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며 은퇴를 선언, 큰 박수를 칠 때 떠났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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