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오키나와 리포트] “여름에도 쌩쌩하게” 슬로 슬로∼ 양현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30일 06시 40분


KIA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좌절 이후 성찰의 시간을 갖고 여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29일에서야 첫 캐치볼을 시작한 양현종은 “에이스로서의 책임감과 방어율 관리에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KIA
KIA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좌절 이후 성찰의 시간을 갖고 여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29일에서야 첫 캐치볼을 시작한 양현종은 “에이스로서의 책임감과 방어율 관리에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KIA
ML 좌절 후 약점 분석…첫 캐치볼 시작

KIA 투수들은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오후 2시 무렵까지 야외 훈련을 마치면 곧바로 숙소인 카리유시 비치 리조트로 이동해 인근 트레이닝 시설로 직행한다. 거기서 오후 4시를 넘길 때까지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이 이어진다. 선수 개인마다 목표치로 설정된 운동량을 채워야 훈련이 끝난다. 그런 다음 곧바로 차를 타고 리조트 앞 운동장에 집합해 달리기를 한 뒤 하루 일과를 마친다. 지난 16일 오키나와 땅을 밟은 이래 휴식일을 제외하고 이런 일과를 반복해왔다.

KIA 선수단은 “훈련은 양보다 밀도”라는 KIA 김기태 감독의 지론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KIA 이대진 투수코치의 소신에 따라 에이스 양현종(27)도 똑같은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다만 양현종에게 허락된 유일한 예외는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양현종은 29일에야 첫 캐치볼을 던졌다.

● 양현종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언한 이유

양현종은 “나는 나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여러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도전 꿈이 유보된 후 성찰의 시간이 많았던 셈이다. 데이터도 많이 살펴봤다. 거기서 얻은 잠정적 결론은 “여름에 약해지지 말자”였다. “매년 7∼8월 성적이 안 좋았다. 초반에 힘을 쏟은 탓이 컸다. 이번엔 3월 28일 개막전엔 맞춰놓되 그 전까진 페이스를 서서히 끌어올리도록 해볼 것이다.” ‘슬로 트레이닝’은 양현종 야구인생에서 처음이다. 사람은 성공한 방식을 고수하려는 습성이 강한 법인데 양현종은 정점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비범함을 보여줬다. 이 코치도 “불펜피칭은 2월 중순부터 들어갈 것이고, 시범경기 등판도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밖에 양현종은 “식습관과 수면시간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스태미나를 키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겠다는 자세다.

● 에이스의 책임감을 자각하고 있는 ‘소년가장’

김 감독은 “양현종이 아직은 메이저리그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금 잘해야 2년 후 완전 프리에이전트(FA)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양현종을 격려했다. 이에 대해 양현종도 “나는 KIA의 양현종이다”라는 말을 했다. 평범한 말 같지만 양현종이 한 말이라 의미가 무겁게 다가온다. “내가 침체하면 팀 전체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이제 든다. 선배님들이 계시지만 어느덧 중간급이다.” 팀을 생각해서도 훈련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임하고 있었다. 양현종이 여름에 버티려고 기를 쓰는 속내도 결국은 “에이스의 책임감”이다. 자신이 무너지면 KIA 마운드가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감한다. 양현종은 “올 시즌은 이닝과 그동안 안 좋았던 방어율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이닝은 에이스의 책임감이고, 방어율은 자존심”이다. 새구종도 추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별로 바뀐 것이 없어 보이지만 양현종의 마인드는 그 어느 때보다 격변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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