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혼성 봅슬레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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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2인승 최강 험플리스 등 2명… 남성 3명과 4인승 사상 첫 출전

12월 21일은 한국 썰매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이날 ‘스켈리턴 신성(新星)’ 윤성빈(20·한국체대)은 한국 썰매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같은 날 원윤종-서영우-석영진-오제한으로 구성된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은 4인승 경기에서 역대 최고인 13위에 올랐다.

이날 세계 썰매 역사도 대전환을 맞았다. 남자들의 전유물이던 4인승 경기에 사상 최초로 여자 선수들이 출전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봅슬레이 여제’ 케일리 험플리스(29·캐나다)와 그의 라이벌 엘레나 마이어스(30·미국·사진)다.

봅슬레이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월드컵 대회 등 주요 대회에서 남녀 간 차별(?)을 둬 왔다. 그동안 남자는 2인승과 4인승 종목이 있지만 여자는 2인승 종목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 9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은 여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쪽으로 규정을 바꿨다. 남자 4인승 종목에 여자도 탈 수 있도록 한 것. 바뀐 규정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선수가 험플리스와 마이어스다.

험플리스는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썰매 선수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올해 소치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여자 2인승을 2연패했다. 올림픽 이 종목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한 선수는 험플리스가 처음이다. 세계선수권도 2년 연속(2012, 2013년) 제패했다.

험플리스와 마이어스는 이날 각각 남자 3명과 함께 캐나다와 미국을 대표해 캐나다 캘거리 캐나다올림픽파크에서 열린 경기에 출전했다. 둘은 여자 2인승 경기에서처럼 각각 파일럿(조종수)을 맡았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험플리스가 이끈 캐나다 팀은 1, 2차 레이스 합계 1분48초87로 17개팀 중 15위, 마이어스의 미국 팀은 1분49초52로 16위였다.

그렇지만 이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험플리스는 경기 후 “여자도 4인승을 탈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언젠가는 남자 4인승처럼 여자 4인승 경기도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혼성 봅슬레이#험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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