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메이저리그에 지터는 없다” 살아있는 전설의 마지막 투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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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지터. ⓒGettyimages멀티비츠
데릭 지터. ⓒGettyimages멀티비츠
미국의 4대 메이저 프로 종목 가운데 올스타게임이 프라임타임시간대에 지상파로 중계되는 것은 메이저리그 뿐이다. 다른 종목은 리그 구분이 없고 개인기량을 보여주는 엔터테이먼트다. 풋볼은 부상 염려 때문에 정규시즌이 끝난 후에 벌어져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이기는 리그가 월드시리즈 홈 경기 이점을 갖는다. 선수들은 리그의 자존심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 메이저리그 올스타게임은 한 여름에 벌어진다고 해서 '미드서머클래식'으로 통한다.

올해로 제85회째를 맞았다. 16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 홈 타킷필드에서 올스타게임이 벌어졌다. 2014년 올스타게임은 뉴욕 양키스 캡틴 데릭 지터를 위한 무대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마치 2001년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렸던 '철인' 칼 립켄 주니어의 마지막 올스타 무대를 방불케 했다. 두 선수 나란히 미국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모범선수들이었다. 당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발된 올스타게임에서 LA 다저스 박찬호는 볼티모어의 전설 립켄 주니어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40세의 지터는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한다고 시즌 초에 선언했다. 통산 14번째 뽑힌 이번 올스타게임은 그의 마지막 무대다. 40세에 올스타에 선발된 경우는 지터를 포함해 윌리 메이스, 피트 로즈 등 3명이다. 지터는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예약된 '살아있는 전설'이다. 3000안타, 월드시리즈 5회 우승 등 그가 이룬 업적은 이루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지터의 소개 때 타킷필드를 가득 메운 4만1048명의 팬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 선수들도 동료인 전설의 마지막 퇴장을 안타까워하면서 박수로 답했다.

1회초 지터는 내셔널리그 톱타자 앤드류 맥케첸(피츠버그)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낚아채 1루에 뿌렸지만 타자주자의 발이 빨라 아쉽게 세이프가 됐다. 1회말 지터가 타석에 들어서자 타킷필드 스피커에서는 양키스타디움에서 익숙해진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넘버 투 데릭 지터~" 이 육성은 지금이 고인이 된 봅 셰파드였다. 지터에 대한 예우였다. '신의 목소리'로 통했전 세파드는 56년 동안 양키스타디움의 장내아나운서로 있었다. 양키스타디움에서는 지금도 지터가 타석에 들어설 때 셰파드의 녹음된 육성으로 소개한다.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의 박수를 받으며 타석에 들어선 지터는 우익선상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날 MVP가 된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의 3루타로 홈을 밟았다. 3회에도 알프레도 사이몬(신시내티)으로부터 우전안타를 뽑았다. 지터는 타격의 가장 기본인 '인에서 아웃스윙'에 충실한 타자다. 오른쪽 안타가 많은 이유다. 지터는 2타수 2안타를 기록한 뒤 3회를 마치고 알렉시 라미레스(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교체되면서 또 한번 팬들과 동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지터는 올스타게임 사상 최고령 선수로 2안타를 친 주인공이 됐다.

3루타, 2루타 2타점으로 올스타게임 별들의 별로 선정된 트라우트는 역대 두 번째 최연소 나이(22세)로 MVP가 됐다. 1992년 수상한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가 몇 개월 차이로 최연소다. 뉴저지 출신의 트라우트도 어렸을 적 지터가 그의 영웅이었다. 트라우트는 "지터의 마지막 무대에서 이런 상을 받았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했다. 아메리칸리그는 트라우트의 2타점과 미겔 카브레라의 투런홈런 등으로 내셔널리그를 5-3으로 꺾어 월드시리즈 홈 경기 어드밴티지를 갖게 됐다. 최근 5년 연속 올스타게임 우승리그가 월드시리즈까지 거머쥐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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