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월드컵]어디를 가봐도… 진짜 ‘축구의 나라’ 맞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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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열기 이렇게 높을 줄 몰라… 준비 부족도 개막하니 괜한 걱정
‘범죄의 나라’도 선입견이었을뿐

브라질 사람들은 억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김동욱 기자
김동욱 기자
기자는 38일간 브라질에서 2만여 km를 이동하며 10개 도시에서 월드컵을 취재했다. 수십 명의 브라질 사람들과 비행기, 버스, 지하철, 식당, 거리 등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든 생각은 이랬다. ‘내가 브라질에 대해 오해를 많이 했구나.’

첫째, 브라질에 가기 전 먼저 떠올렸던 것은 흥겨운 리듬의 삼바와 보사노바의 고향, 끝없이 펼쳐진 해변의 이미지가 아니라 ‘범죄의 나라’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라 중 하나다. 출국 전 외교부에서는 ‘절대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 ‘강도를 만날 때를 대비해 약간의 현금을 소지해라’ 등의 엄포를 놓았다. 브라질에 도착한 뒤 두려움에 몸이 굳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토록 거리를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할 만큼 위험한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브라질 국민의 친절과 정직에 감탄할 때가 더 많았다. 가방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소매치기 때문에 앞으로 메는 것이 좋다”며 조언을 해주거나, 길을 잘 몰라 헤맬 때 “안전한 길을 가르쳐 주겠다”며 20분간 함께 걸어주었던 브라질 사람들이 있었다. 돈을 덜 거슬러주었다며 30m를 뛰어와 거스름돈을 쥐여 주던 택시기사도 있었다.

두 번째, 브라질은 월드컵을 치르기에는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개막식이 열리는 상파울루 경기장을 개막 이틀을 앞두고 찾았을 때만 해도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경기장과 주변은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월드컵이 시작된 뒤 경기는 물론이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우리는 ‘하면 된다’ 식이지만 그들은 ‘되면 한다’는 식이었을 뿐이다. 경기장에서 만난 외국 취재진들도 “다른 월드컵과 비교해도 불편함 없이 잘 진행됐다”고 입을 모았다.

세 번째, ‘브라질 사람들은 정말 축구밖에 모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현지에 와보니 브라질은 정말로 축구의 나라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취재를 할 때는 경기장을 벗어나면 이곳이 정말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인지 모를 때가 많았다. 하지만 브라질은 달랐다. 시내 어느 곳을 다녀도 월드컵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노란색 브라질 유니폼은 물론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브라질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축구 이야기로 금세 친구가 될 수 있고 공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바로 편을 갈라 축구를 할 수 있는 곳이 브라질이었다.

축구는 브라질 국민에게 태어날 때부터 갖는 신앙이나 마찬가지다. 축구를 통해 희망과 즐거움을 얻는다. 축구로 하나가 되고 함께 슬퍼하고 기뻐한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삶이 계속되듯 축구도 계속된다. 브라질 월드컵이 어땠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 말을 해주고 싶다. “따봉(포르투갈어로 ‘좋다’라는 뜻).”

상파울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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