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 대로 꼬여있던 SK의 용병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대체용병 트래비스 밴와트(28)가 12일 대구 삼성전에 첫 선발등판해 6이닝 7안타(2홈런) 2볼넷 4삼진 5실점(4자책) 피칭으로 선발승을 얻으며 괴멸 위기의 마운드에 숨통을 틔웠다.
또 “마무리를 못 맡겠다”고 ‘몽니’를 부리다 2군으로 내려간 로스 울프(32)도 태도를 선회해 불펜 전환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SK 이만수 감독의 의도대로 후반기 마운드 운용이 가능한 상황이 전개됐다.
● “커브·체인지업 굿!” 밴와트, 첫 인상 합격점
이 감독은 밴와트에 대해 “입국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는 1위 팀 삼성이었다. 그럼에도 이만큼 던진 것은 잘했다”고 칭찬했다. 악조건을 딛고 6이닝을 막아준 결과도 만족스럽지만 더욱 점수를 딴 것은 구위와 기본기다.
이 감독은 “대체용병을 구하려다 보니 선수를 살필 시간이 부족했다. 비디오만 보고 뽑아서 내심 걱정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서 써보니 체인지업을 잘 던져서 고무적이었다. 이 감독은 “우리나라 타자들이 직구와 슬라이더에 강하고 커브, 체인지업에 약한 편이라 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SBS 이순철 해설위원도 “커브 제구력만 가다듬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조건부 합격점을 줬다. 또 하나 SK가 안도한 부분은 퀵 모션이다. 뛰는 야구가 활발한 한국에서 퀵 모션이 떨어지는 용병은 도루를 많이 내줄 수 있다. 그러나 밴와트의 퀵 모션은 1.31초 안팎이라 큰 약점을 노출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김광현과 더불어 선발 원투펀치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 ‘몽니’ 울프와 ‘부상병동’ 스캇은?
울프는 2군으로 떨어진 뒤, 하루 사이에 태도가 바뀌었다. 12일까지만 해도 이 감독의 요청을 뿌리치고, 마무리 전환을 고사했으나 13일 “마무리를 맡겠다”고 전해왔다. SK 프런트의 설득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단 이 감독은 “2군에서 연투를 해보고 나서 1군으로 부를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울프가 2군에서 마무리 적응을 하는 기간, 이 감독은 피칭 내용을 일일보고서로 받는 등 꼼꼼히 살필 생각이다. 이르면 울프는 두산과 후반기 개막 3연전부터 돌아올 수 있다. 한편 계륵으로 전락한 타자 루크 스캇(36)은 몸 상태 회복은 물론 2군에서 실적을 보여줘야 1군으로 부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