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흐름 못바꾼 나는 실패한 조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7월 3일 06시 40분


김신욱(울산)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젖 먹던 힘까지 쏟아냈지만, 무너지는 ‘홍명보호’를 바로 세울 순 없었다. 김신욱(왼쪽)이 6월 18일(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H조 1차전 직후 선제골의 주인공 이근호(상주)와 포옹하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김신욱(울산)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젖 먹던 힘까지 쏟아냈지만, 무너지는 ‘홍명보호’를 바로 세울 순 없었다. 김신욱(왼쪽)이 6월 18일(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H조 1차전 직후 선제골의 주인공 이근호(상주)와 포옹하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 김신욱의 월드컵 성장통

내 임무는 조커
알제리전서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한 골만 더 넣었더라면…
선발 출전한 벨기에전, 볼 경합 중 발목부상 교체
내 잘못을 모두 떠안은 홍 감독님께 죄송할 뿐
악몽의 월드컵이라고 하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한 기회였다

몸싸움, 점프, 그리고 헤딩…. 태극전사 김신욱(26·울산 현대)은 뛰고 또 뛰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았다. 이대로 끝낼 순 없었다. 자신의 가슴에 달린 자랑스러운 호랑이 엠블럼(대한축구협회 상징 마크)에 늘 당당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기울어버린 승부를 뒤바꿀 순 없었다.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호’의 일원으로 나선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김신욱은 알제리·벨기에와의 조별리그(H조) 2·3차전에 출전했지만 무득점으로 대회를 마쳤다. 공격수들이 침묵한 한국축구도 1무2패(승점 1)로 1998프랑스대회 이후 16년 만에 다시 ‘무승’으로 월드컵 여정을 끝냈다.

2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김신욱은 스스로를 ‘실패한 조커’로 규정했다. 그는 “내 역할은 조커다. 경기 흐름을 바꾸고, 결과까지 뒤집어줘야 할 임무를 가졌다. 그런데 내가 팀에 보탬이 된 건 전혀 없다. 그래서 ‘실패한 조커’였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딱 한 골이 더 필요했는데…

한국은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유일하게 봐줄 만했던 그 경기에서 김신욱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중앙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후반 28분 교체돼 공격 카드를 쓸 수 없었다. 홍명보 감독도 “(예상치 못한) 수비 교체로 공격을 강화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바로 김신욱을 두고 하는 이야기로 해석됐다.

이어진 경기는 최악이었다. 특히 2-4 패배로 끝난 알제리와의 2차전이 뼈아팠다. 전반에만 무려 3실점했다. 손흥민(레버쿠젠)의 만회골로 1-3으로 따라붙은 후반 12분, 드디어 김신욱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박주영 대신 투입된 그는 죽기 살기로 뛰었다. 37분간 희망을 담아 시도한 2차례 슛은 모두 골대를 외면했지만, 다 쓰러져가던 한국에 마지막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서 딱 한 차례 슛을 날린 박주영은 다시 한 번 논란거리가 됐고, 김신욱은 단숨에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물론 본인은 만족하지 못한다. 김신욱은 “그 때 한 골만 넣었다면, 그래서 우리가 한 골 차로 따라붙었다면 마지막 벨기에전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 감동의 애국가와 아픔, 그래도 뛴다!

그렇게 맞은 벨기에와의 3차전. 브라질의 심장부 상파울루에서 울려 퍼진 애국가는 아주 특별했다. 꿈에 그렸던 월드컵, 그것도 선발 출전이었다. 벨기에전 당일 오전 마지막 팀 미팅 때 홍명보 감독은 그에게 선발 출격을 통보했다.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 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가 전부였다. 마음으로 외쳤다. “온 몸이 부서져도 좋으니 모두의 땀과 눈물, 한국축구의 명예에 해를 끼치지 말자!”

머리와 발로 종횡무진 필드를 누빈 김신욱은 전반전 막판 행운을 만들었다. 김신욱의 발목을 밟은 벨기에 미드필더 스테번 드푸르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김신욱은 끝내 동료들과 함께 끝까지 달리지 못했다. 후반 21분 김보경(카디프시티)으로 교체됐다. 드푸르에게 밟히기전, 비공식 신장 197.5cm의 김신욱은 상대 장신(194cm)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와 공중볼 경합을 벌이다 착지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다.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그리고 결국 0-1 패배로 경기가 끝났을 때 김신욱은 애써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날 월드컵 무대에 세워주고 믿어준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께 너무 죄송했다. 다치지 않았으면 계속 몸을 던졌을 텐데, 스스로와의 약속조차 지키지 못했다.” 물론 벨기에전 이후 ‘김신욱을 교체한 것은 잘못된 판단’ 이라며 일부 여론이 날을 세웠을 때 홍 감독이 변명 없이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가슴 아팠다.

“결국 내 잘못까지 모조리 선생님들이 떠안은 거다. 누군가 이번 월드컵이 악몽이라고 하는데, 조금은 달리 보고 싶다. 선수들 모두 한 단계 발전한 기회였고, 또 다른 자신을 찾을 수 있었던 무대이기도 했다. 우린 이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내일을 향해 계속 달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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