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은퇴 조성환 “사직구장서 가끔씩 날 떠올려 줬으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7일 06시 40분


굿바이 자이언츠 캡틴. 은퇴를 결정한 조성환은 그동안 대기록을 남긴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16년 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의 정신적인 리더로 사직구장의 뜨거운 함성을 이끈 위대한 선수였다. 스포츠동아DB
굿바이 자이언츠 캡틴. 은퇴를 결정한 조성환은 그동안 대기록을 남긴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16년 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의 정신적인 리더로 사직구장의 뜨거운 함성을 이끈 위대한 선수였다. 스포츠동아DB
■ 롯데서만 16년 외길…조성환 인터뷰

8월 중 사직서 은퇴식…마지막 경기 사양

“내 은퇴경기 때문에 후배의 2군행은 안돼
8년만에 4강 진출한 2008년은 최고 봄날
후배들아 롯데는 강하단걸 의심하지 마렴”

아듀, 그라운드!

롯데 조성환(38)은 “이런 시간이 안 올 줄 알았다”고 했다. 1999년 롯데에 입단한 그가 16년에 걸친 현역생활을 접고 은퇴한다는 소식이 공식 발표된 직후였다. 은퇴라는 아픈 현실은 결국 그에게도 찾아오고 말았다. 롯데 선수단의 정신적 리더는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스포츠동아는 16일 조성환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자신의 뜻에 진심을 담아 좋은 표현으로 전달할 줄 아는 선수다. 그가 토해낸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은퇴를 맞이하기까지 속으로 삼켰던 눈물이 배어 있었다.

● 은퇴식은 8월 “사직구장에서 가끔씩 날 떠올려 줬으면”

롯데는 8월 중에 사직구장에서 조성환의 은퇴식을 계획하고 있다. 은퇴 경기는 조성환이 사양했다. “내가 한번 경기에 나서기 위해 다른 선수가 2군에서 열흘을 보내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그날 받고 싶은 선물은 ‘마지막 한 타석’이 아니다. 팀과 함께 하는 ‘승리’다. 그게 “내게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한 팀에서 시작해 한 팀에서 은퇴하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해서 시작하고 해온 일을 내가 결정해서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냥 앞으로 바라는 건 하나 있다. 팬들이 사직구장에서 문득 ‘저 자리에 조성환이라는 선수가 있었지’라고 떠올려 줬으면 좋겠다. 대단하진 않았어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선수였길 바란다.”

● 2008년에 찾아온 야구선수 조성환의 ‘봄날’

그는 스스로 “2008년이 내게는 봄날이었다”고 표현했다. 그해 조성환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고, 롯데는 8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사직구장은 연일 만원관중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그때는 정말 야구장 가는 게 소풍처럼 느껴졌다. 선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해야 팬들도 같이 즐거워할 수 있다는 걸 그때 많이 느꼈다. 4년을 쉬고 돌아왔으니 내가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사직구장에서 내 이름이 이렇게 울려 퍼진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축제 같았다.”

● 2009년의 큰 사고를 이겨낸 비결은?

2009년의 사고는 그래서 더 큰 고비였다. 팀과 함께 잘 나가던 조성환은 4월23일 문학 SK전에서 상대 투수의 투구에 맞아 왼쪽 광대뼈가 함몰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몸과 마음에 모두 큰 타격을 안겼던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고통 역시 내게는 또 다른 디딤돌이었다고”고 털어 놓았다.

“그 사고 이후 40일 만에 내가 다시 복귀한 장소가 바로 인천 문학구장이었다. 상대는 또 SK. 당시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께서 드라마를 위해 일부러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실려 나갔던 장소에서 복귀전을 치르게 됐다. 그런데 타석에 들어설 때 롯데가 아닌 SK 응원단에서 갑자기 내 이름을 연호했다. 사직이 아닌 문학구장에 나를 격려하는 함성이 울려 퍼지다니. 과연 이런 걸 경험한 선수가 있을까 싶어 야구선수로서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더 잘 이겨내고, 2010년에 다시 골든글러브를 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 여전한 긍정의 메시지 “후배들이여, 스스로의 힘을 믿어라”

그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긍정의 기운은 대물림되는지, 큰 아들 영준(11)조차 아빠의 은퇴 소식을 듣고 “아빠가 스트레스 안 받아서 다행이고, 엄마가 아빠 다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 잘 됐다”고 했단다. 조성환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후배들과 하나로 호흡하고 서로 배울 수 있는 지도자’다. 원정기록원이라는 새 역할도 그 길로 가는 준비과정의 일부다. 그래서일까. 그가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남긴 말 역시 롯데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

“후배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서로 조금씩 더 신뢰하고, 그래서 조금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 믿음을 바탕으로 잘 헤쳐 나가라고. 우리에게 그럴 만한 힘이 있다는 걸, 추호도 의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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