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SF 보치 감독, 올 시즌도 ‘짝수해의 기적’ 이룰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2일 06시 40분


■ 통산 3번째 WS 우승에 도전

2007년 SF 감독 부임…무명 발굴에 온힘
2010·2012년 짝수해 우승…명감독 대열

올해도 30개구단 중 가장 먼저 40승 고지
류현진 소속 다저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짝수해인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40승 고지를 돌파하며 라이벌 LA 다저스와의 격차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 1958년 연고지를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이후 단 한 차례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자이언츠를 두 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은 바로 브루스 보치(59) 감독이다.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인 보치 감독은 1995년 이후 20년째 메이저리그 지휘봉을 잡고 있다. 통산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보치 감독은 야구에서 사령탑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입증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다.

● 무명의 백업포수

보치 감독은 1955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군인인 아버지가 제대를 한 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플로리다주립대를 거쳐 1978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뉴욕 메츠(1982년)를 거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983∼1987년)에서 백업포수로 뛰며 통산 타율 0.239, 26홈런, 93타점을 기록한 평범한 선수였다. 1984년에는 파드리스가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해 월드시리즈 무대를 경험했다. 하지만 우승은 4승1패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차지였다. 백업포수로 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그에게는 훗날 큰 자산이 되는 시리즈였다.

1985년 9월 12일에는 신시내티 레즈의 피트 로즈가 4192번째 안타를 쳐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수립했을 때 파드리스의 포수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이 6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2, 8홈런, 22타점을 올린 1986년일 정도로 선수로서 보치는 성공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 파드리스맨

1988년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 구단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1993년부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의 3루 코치로 발탁됐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난 짐 리글먼 감독의 뒤를 이어 1995년 파드리스의 15대 감독으로 임명됐다. 리글먼 감독 시절 승률이 4할에도 미치지 못했던 파드리스였지만 보치 감독이 부임하며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1996년 91승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에 올라 내셔널리그 최우수 감독상까지 수상했고, 1998년에는 무려 98승이나 거두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00년대 접어들어 하위권으로 처지기도 했지만 2005년과 2006년 다저스와 자이언츠 등을 제치고 2년 연속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아 있었지만 케빈 타워스 단장은 파드리스가 2년 연속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하자 보치 대신 젊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마침 펠리페 알루 감독의 후임을 물색하던 자이언츠 구단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보치 감독은 2006년 10월 28일 전격적으로 계약을 체결, 24년간 정들었던 파드리스 구단과 결별했다. 공교롭게도 보치 감독이 둥지를 옮긴 후 파드리스와 자이언츠의 운명은 정반대로 갈려졌다.

● 샌프란시스코의 영웅

자이언츠의 38대 감독이 된 그는 2007년 71승에 그쳤다. 홈런왕 배리 본즈가 팀을 떠난 2008년에도 72승에 그쳤지만 팜 시스템에서 무명 선수들을 발굴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2009년 88승을 거둬 3위로 도약하더니 마침내 2010년 92승을 따내며 지구 우승을 차지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리고는 월드시리즈까지 치고 올라간 뒤 텍사스 레인저스를 4승1패로 따돌리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1954년 이후 처음이자 샌프란시스코로 연고를 옮긴 후 첫 번째 우승이어서 감격이 배가 됐다. 사이영상을 받은 팀 린스컴과 루키 매디슨 범가너, 버스터 포지 등이 우승의 주역이었다. 2011년에는 포지를 비롯해 2루수 프레디 산체스, 마무리 투수 브라이언 윌슨 등이 부상을 당해 86승을 기록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2년 보치 감독은 생애 최다인 94승을 거두며 라이벌 다저스를 따돌리고 팀을 지구 우승 고지로 이끌었다. 신시내티 레즈(디비전시리즈)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리그챔피언십시리즈)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오른 자이언츠는 언더독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쿵푸 팬더’ 파블로 산도발의 신들린 듯한 타격을 앞세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4경기 만에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3년 사이에 두 번이나 정상에 오른 보치 감독은 샌프란시스코의 영웅이 됐다.

지난 시즌 자이언츠는 76승에 그치며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다. 라이벌 다저스의 기세가 워낙 등등해 당분간 플레이오프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2014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질주하며 ‘짝수해 우승’이라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재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냉정한 감독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기보다는 25인 로스터 전원이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의 유대 관계를 중시하는 보치 감독은 지난해 두 차례나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스프링캠프 막판 투수인 친아들 브렛에게 25인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했다는 통보를 직접 내려야 했다. “아침 식사를 하며 빅리그 로스터에 함께 갈 수 없다는 말을 건네자 브렛이 매우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매우 열심히 공을 던지며 훈련에 참여했지만 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보치 감독이 구설에 오른 또 다른 사건은 올스타전 때였다. 전년도 우승으로 내셔널리그 사령탑을 맡은 그는 선발투수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던 클레이튼 커쇼 대신 뉴욕 메츠의 맷 하비를 낙점했다. 올스타전이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에서 열렸기 때문에 커쇼 대신 하비를 지목한 것. 일각에서는 라이벌팀인 다저스의 에이스 켜쇼를 일부러 선발투수로 내보내지 않았다는 의혹의 눈길이 쏟아졌다. 하지만 올스타전에서 하비는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아내며 보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고, 3회 마운드에 오른 커쇼도 1이닝 무실점으로 이름값을 했다.

손건영 스포즈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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