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인의 전사 Road to Brazil] 윤석영 하늘이 내린 기회, 운명을 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27일 06시 40분


소속팀 일정 탓에 대표팀 소집에 지각한 윤석영(QPR)이 26일 파주 NFC에서 사실상의 첫 훈련을 소화했다. 윤석영은 2014∼2015시즌 QPR에서 더욱 안정적인 출전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쳐야 한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소속팀 일정 탓에 대표팀 소집에 지각한 윤석영(QPR)이 26일 파주 NFC에서 사실상의 첫 훈련을 소화했다. 윤석영은 2014∼2015시즌 QPR에서 더욱 안정적인 출전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쳐야 한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11. 수비수 윤석영

박주호 부상 장기화 따른 ‘플랜B’ 발탁
QPR서 출전 기회 많이 얻지 못한 부담
팀내 입지 강화 위해 월드컵 활약 필수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축구국가대표팀의 최종엔트리 23명이 8일 발표됐을 때 축구계의 시선은 윤석영(24·QPR)에게로 쏠렸다. 홍명보 감독이 취임 당시부터 강조해온 ‘대표팀 선발 우선원칙’에서 윤석영은 상당히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은 고사하고 꾸준한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으니 윤석영의 월드컵 출전은 어려워 보였다. 더욱이 같은 포지션(왼쪽 측면 수비수)에선 후배 김진수(22·알비렉스 니가타)가 펄펄 날고 있었고, 선배 박주호(27·마인츠)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위를 떨쳐왔다.

● 뜻하지 않은 기쁨

윤석영의 경쟁력은 확실히 떨어졌다. 그러나 최종엔트리의 한 자리는 그의 몫이었다. 최종엔트리 발탁이 유력했던 박주호가 부상(봉와직염)을 입은 덕이다. 박주호는 박주영(아스널)과 같은 부상을 안고 있었지만 회복이 더뎠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6월 18일 러시아전)까지 태극전사들의 몸 상태를 최대로 끌어올려야 할 대표팀 코칭스태프로선 ‘윤석영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홍명보 감독도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포지션이었다. (박)주호의 부상 상태도 직접 점검했다.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가진 밤샘 회의 내내 코치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박주호의 탈락은) 정말 가슴 아픈 결정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축구계에선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 때부터 홍 감독과 윤석영이 줄곧 함께 해온 사실을 이유로 “지나친 편애가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박주호의 부상은 홍 감독이 만든 상황이 아니다. 운명의 순간, 공교롭게도 명암이 갈렸을 뿐이다. 박주호의 부상 장기화에 대비해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플랜B’를 염두에 두게 됐고,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QPR 코칭스태프와 면담했다. 윤석영도 약간의 발목 부상을 지니고 있었는데, 4월 대표팀 의무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월드컵 출전에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 전화위복을 꿈꾸며

고대했던 유럽 진출을 이뤘지만, 윤석영이 지나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1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에서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QPR로 이적했지만,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훨씬 컸다. 실력을 발휘할 틈이 없었다. 그가 EPL에 합류한 2012∼2013시즌 후반기는 QPR이 강등권 탈출에 사활을 걸던 시점이었다. 이미 검증된, 또 익숙한 선수들이 주로 투입됐고 윤석영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실상 실패였다. QPR이 결국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떨어진 지난해 10월 윤석영은 ‘긴급임대’ 형식으로 돈캐스터 로버스로 떠났지만, 여전히 자리가 없었다. 그 무렵 ‘홍명보호’의 왼쪽 풀백 자원은 김진수-박주호 체제가 사실상 굳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3월부터 반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윤석영은 조금씩이나마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고, 공격포인트 소식도 전했다. 그의 활약 속에 QPR도 챔피언십 정규리그 4위에 오른 뒤 승격 플레이오프(PO)에 나섰다. QPR은 더비 카운티와의 24일(한국시간) 승격 PO 결승전을 준비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출전선수 보호 규정까지 어겨가면서 윤석영을 잔류시켰다. 정작 윤석영은 이날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봤지만, QPR은 1년 만에 EPL 재승격의 영광을 누렸다.

다행히 최근 윤석영을 둘러싼 기류는 나쁘지 않다. 2014∼2015시즌 QPR은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전제가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의 활약이다. 오르락내리락, 쉼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왔던 윤석영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윤석영(QPR)은?

▲생년월일=1990년 2월 13일
▲키·몸무게=182cm·74kg
▲출신교=장흥중∼광양제철고
▲프로 경력=전남 드래곤즈(2009∼2012년), QPR(2013년 1월∼현재)
▲A매치 데뷔=2012년 10월 16일 이란 원정(0-1 패)
▲A매치 성적=2경기·0골
▲월드컵 경험=없음
▲주요 경력=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