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올댓 베이스볼] 이재원·정범모·이지영 인고의 세월 딛고 화려한 비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27일 06시 40분


SK 이재원, 한화 정범모, 삼성 이지영(왼쪽부터)이 올 시즌 포수로서 뜨고 있다. 포수가 없다고 난리지만 보물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SK 이재원, 한화 정범모, 삼성 이지영(왼쪽부터)이 올 시즌 포수로서 뜨고 있다. 포수가 없다고 난리지만 보물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포수 기근 속 빛나는 안방마님들

고교 특급 포수 이재원, 박경완 그늘에 가려
SK 입단 9년만에 주전…포수 타격왕 부푼꿈

한화 정범모 지난주 6경기서 신들린 방망이
도루 저지율 급상승…김응룡 감독 근심 덜어

삼성 11연승 질주 뒤 이지영 4할타 일등공신
송구 능력도 좋아져 진갑용 후계자 기대감


롯데 포수 강민호(29)는 지난해 소속팀과 총액 75억원의 FA(프리에이전트) 초대형 계약을 했다. 4년간 75억원은 그가 포수였기에 가능했던 역대 최고액이다. 지난 4월 5일 역대 최고 포수로 평가받던 박경완(42·SK 2군 감독)이 공식 은퇴식을 했다. 많은 팬들은 떠나는 그를 보며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박경완과 함께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진갑용(40·삼성), 조인성(39·SK)도 어느덧 40세가 넘었다.

포수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중의 하나다. 좋은 포수는 투수의 기량을 극대화시키고 수비력을 한층 탄탄하게 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다수의 팀들은 포수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만큼 좋은 포수가 드물었고 각 팀은 너나 할 것 없이 포수육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9개 구단을 통틀어도 믿을 만한 포수는 강민호와 양의지(27·두산) 정도였다. 그런데 5월 들어 프로야구계에 ‘포수단비’가 내렸다. 가장 눈에 띈 선수는 프로 입단 9년째에 주전포수가 된 타격 1위 이재원(26·SK)이다. 여기에 지난주 ‘3연속경기홈런’을 기록한 정범모(27·한화), 공수 업그레이드로 팀 11연승을 이끈 이지영(28·삼성)도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 SK 이재원, 30년 만에 포수 타격왕 도전!

이재원은 26일 현재 타격 1위다. 41경기에 나가 타율 0.426의 놀라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홈런 5개에 33타점을 기록했고, 장타율은 0.645(3위), 출루율은 0.463(2위)을 기록 중이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9년째에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수비가 강조되는 포수는 타율 3할을 치는 것도 쉽지 않다. 체력적인 부담과 수비에 대한 집중 때문에 타석에서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314홈런을 때린 박경완도 현역시절 3할은 한 시즌도 기록한 적이 없다. 김동수(넥센 코치)와 조인성(SK)은 한 차례씩 3할을 쳤고, 진갑용(삼성)은 3할을 기록하지 못했다. 현역 최고 포수로 평가받는 강민호와 양의지는 한 차례씩 3할을 때렸다.

이재원은 30년 만에 포수 타격왕을 노린다. 포수가 타격 1위를 차지한 건 1984년 0.340을 기록한 이만수(SK 감독)가 유일하다. 아울러 1987년 이만수가 기록한 포수의 역대 최고타율 0.344를 깨뜨릴지 여부도 주목된다. 좋은 스윙과 수싸움 능력을 갖춘 그의 페이스가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타격 능력만 좋은 포수가 아니다. 인천고 시절 그는 고교 최고의 포수였다. 당시 고교 감독들은 ‘이재원 같은 포수를 데리고 한번 경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하곤 했다. 투수에게는 한없이 편한 포수였고, 항상 수비를 마치면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동료선수들 전원과 하이파이브를 했던 그였다.

프로에서 이재원은 박경완이라는 최고포수에 막혀 출장할 기회가 없었다. 정상호와 조인성이 우선순위였던 올 시즌도 그의 포수 출장은 힘들어 보였다. 그랬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조인성이 손가락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고 연일 고감도 타격을 선보인 그에게 선발포수라는 꿈같은 일이 생겼다. 지난 16일 한화전에서 이재원은 시즌 처음 포수로 선발출장했다. 그리고 쭉 그는 팀의 주전포수로 활약하고 있다.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과 투수의 모든 것을 알아가는 데 다소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분석과 소통은 포수 이재원이 가장 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송구력과 블로킹도 괜찮다. 8명에게 도루를 허용했지만 도루저지율 0.333은 나쁘지 않다. SK 입단 9년째에 다소 늦게 주전포수가 됐지만 이재원이 그토록 꿈꿨던 ‘포수인생’이 시작됐다. 그리고 SK가 2006년에 왜 이재원을 1차지명했는지도 알 것 같다.

● 한화 정범모, 3연속경기홈런 희망포!

정범모는 지난주 프로 데뷔 9년째에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다. 넥센과 두산을 상대로 6경기에 나가 타율 0.375에 홈런 3개, 4타점, 7득점을 기록했다. 21일 넥센전부터 3연속경기홈런을 때렸고, 최근 5경기에서 연속안타와 연속득점 행진을 펼쳤다. 그 가운데 4경기에서는 멀티히트를 쳐냈다. 정범모가 2006년 입단 뒤 지난해까지 때린 홈런은 5개였다. 그런 그가 한 주 만에 3개의 홈런을 터뜨린 건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정범모는 지난해 입단 후 가장 많은 88경기에 출전했다. 올 시즌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지만 김응룡 감독은 루키 김민수(23)를 주전포수로 낙점했다. 김민수는 개막전부터 선발로 출전했고 특히 뛰어난 송구력이 일품이었다. 4월 12일 이후 한 달 동안 퓨처스리그에 머물렀던 정범모가 기회를 잡은 건 김민수의 부상 때문이었다. 김민수가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지난주 주전출장의 기회를 잡았고 깜짝 놀랄 공격력으로 김응룡 감독을 사로잡았다.

수비에서도 정범모는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그의 도루저지율은 0.333다. 10개의 도루를 내줬지만 5명을 아웃시켰다. 지난해 0.141의 도루저지율(73허용, 12저지)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특히 지난주 두산전에서는 허경민, 민병헌, 김재호의 도루를 연거푸 잡아냈다.

정범모는 이재원처럼 2006년에 입단한 9년차 포수다. 아직 그를 확실한 주전포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주 그는 공수에서 한화팬들에게 분명 충분한 희망을 안겨줬다.

● 삼성 이지영, 공수 업그레이드로 11연승의 주역!

삼성팬들은 놀라고 또 놀란다. 이지영의 확 달라진 모습 때문이다. 삼성이 11연승을 하는 동안 이지영은 맹활약을 펼쳤다. 연승 기간 동안 32타수 13안타로 타율 0.406을 기록했고 5타점에 9득점을 올렸다. 최근 7연속경기안타와 7연속경기득점 행진이다. 18일 KIA전에서 생애 첫 4안타 경기를 펼쳤고, 21일 롯데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을 때렸다.

지난해 이지영은 윤성환과 배영수의 전담포수로 활약하며 113경기에 출장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지영을 진갑용의 뒤를 이을 주전포수로 생각했지만 발전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더욱이 개막전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해 40일 동안 1군을 떠나야 했다.

다시 1군에 돌아온 이지영은 타격에서 하체 리듬이 좋아졌다. 상체로 치는 탓에 좋은 타구가 적었지만 올해는 하체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타구의 질과 정확도가 향상됐다. 송구 동작이 간결해지면서 도루저지율도 상승했다. 지난해 0.239의 도루저지율로 평범했지만 올해는 도루 5개를 내줬고 7명을 잡아냈다. 0.583의 수준 높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4연패를 노리는 삼성의 고민은 3가지였다. 1번타자와 마무리투수, 그리고 포수였다. 나바로의 활약과 임창용의 복귀로 이제 1번타자와 마무리에 대한 고민은 해결됐다. 마지막 고민이던 포수 쪽도 이지영의 성장으로 조금씩 여유를 갖게 됐다.

● 이재원 정범모 이지영, 군복무 마친 가치 높은 포수들!

포수는 주전이 되기 가장 어려운 위치다.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포수가 있으면 백업으로 수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주전이 되면 가장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포지션이다. 부상이 없는 한 감독들이 주전포수는 쉽게 교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입단 9년째에 주전포수가 됐다. 정범모도 역시 입단 9년차 선수고, 이지영은 6년 만에 진갑용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재원은 과연 30년 만에 포수 출신 타격왕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는 올 시즌 엄청난 사건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주전 포수로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정범모와 이지영의 활약도 반갑기만 하다. 셋은 모두 군복무를 마친 20대 후반 나이의 포수다. 여름을 넘어 시즌 막판까지 그들의 활약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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