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 감독, 벌금 100만원에도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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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5월 24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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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출장정지는 안 나왔어?”

한화 김응룡(73) 감독은 23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3루쪽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뒤 “벌금 100만원 나왔다”는 기자들의 얘기를 전해 듣고는 “그래?”라며 웃더니 징계 내용에 출장정지가 있는지 여부부터 물어봤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야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한화 김응용 감독에게 대회요강 벌칙내규 제9항에 따라 엄중 경고와 함께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김 감독은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6회말 심판 판정에 불복하고 선수단을 철수시켜 퇴장을 당한 바 있는데, ‘감독, 코치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선수단을 경기장에서 철수시키는 등 경기를 고의적으로 지연시켰을 때 제재금 300만원 이하, 출장정지 20게임 이하의 제재를 한다’는 프로야구 대회요강 벌칙내규 제9항에 따라 이날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 받기에 이르렀다. 대회요강은 프로야구 전 구단에서 함께 합의한 내용이다.

김 감독 역시 삼성 사장까지 지낸 터라 대회요강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제재는 각오하고 있었는지, “출장정지는 없다”는 소식에 오히려 표정이 평온해졌다. 그러면서 “벌금은 언제까지 내는 거야? 돈이 없는데, 내년에 내도 돼?”라며 농담을 던져 취재진을 웃겼다. “규정에는 3일 이내에 내야한다”는 답변에 “그동안 벌금 낸 것만 해도 1000만원은 되겠구먼”이라며 껄껄 웃었다.

김 감독 이번이 개인통산 6번째 퇴장으로 프로야구 사상 감독 최다 퇴장 기록을 써 가고 있다. 물론 김 감독이 그동안 낸 제재금은 1000만원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처음 퇴장을 당한 1983년엔 벌금 10만원을 물었고, 1985년 20만원(출장정지 2게임 포함), 1986년 15만원, 1988년 50만원, 1999년 50만원(출장정지 1게임 포함)을 냈다. 물가와 과거 돈의 가치를 고려하면 체감 벌금액은 1000만원도 넘을 수 있겠지만, 이번까지 6차례 퇴장에서 낸 제재금 합계는 245만원이다.

김 감독은 “퇴장 효과인지 한화가 잘 하고 있다”는 말에 “그래? 그래서 성적이 좋아진다면 몇 번이라도 퇴장을 당하지”라며 어린아이처럼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면서 과거 항의와 퇴장에 대한 추억과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해태 시절엔 말이지, 심판한테 항의하러 나가면 팬들도 ‘와~’ 하면서 좋아하곤 했어. 덕아웃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팬들이 ‘김응룡이 배에 기름이 껴서 요즘엔 항의도 안 한다고’고 그러기도 하고…. 그런데 한번은 심판한테 항의하러 나갔다가 참외에 뒤통수를 맞기도 했잖아. 바로 여기서 말이야.”

1997년 6월 29일 잠실 LG전에서 3회말 투수 강태원이 보크를 선언당하자 김 감독은 홈 플레이트 근처까지 나가 주심에게 항의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3루 쪽 관중석에서 날아온 참외에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았다. 흥분한 해태팬은 심판을 겨냥해 참외를 투척했지만, 애꿎은 김 감독이 피해를 봤다.

“처음엔 뒤통수에 뭐가 맞으면서 퍽 소리가 나서 ‘야, 난 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그런데 옆으로 파편처럼 참외가 터지는 걸 보고 ‘아, 그럼 살았구나’ 싶더라고.”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지만, 하마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기억이기도 하다.

“퇴장 후에 한화팬들에게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는 말에 김 감독은 “늙어서 추태 부리는 것 같아 참았는데, 그럼 몇 번 더 나가야겠네”라며 웃더니 “심판도 사람인데 실수를 할 수 있다”며 최근 연이은 오심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심판을 감쌌다. 그러면서 “내가 야구에서 다른 건 다 해봤는데 심판은 안 해봤다. 여기서 보면 나도 잘 볼 것 같은데, 지금 이 나이에 심판 할 수 없나? 안 되나”라고 묻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퇴장과 벌금에 속이 쓰리기보다는, 자신의 퇴장 이후 한화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 더 만족스러운 듯했다.

“정범모 글마는 말이야. 내가 퇴장 당한 날 홈런(21일 목동 넥센전 9회 결승홈런)을 치더니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어제(22일 목동 넥센전) 계속 삼진을 당해서,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싶었는데 마지막(8회)에 또 홈런을 치더라고. 우리 팀 타자들이 어제는 20안타도 쳤잖아. 허허. 요즘 타자들이 잘 치네. 하긴 또 모르지. 두산 투수들이 좋으니까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지.”

정범모는 이날 9번 포수로 선발출장해 2회 첫 타석에서 또 홈런을 때려내 3연속경기 홈런을 기록했다. 1회부터 3점을 뽑는 등 또다시 타선이 폭발하며 앞서나가다 역전패를 당했지만, 최근 한화의 투타에 걸친 행보들은 분명 희망을 품게 할 만큼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거엔 한화팬들조차 경기 전부터 십중팔구 진다는 느낌을 갖고 경기를 봤지만, 최근엔 이길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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