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인천 오발탄’ 우려되는 사격계-선수촌장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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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스포츠부 기자
이헌재·스포츠부 기자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사격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인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땄다. 4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한국 스포츠 단일 종목 최다인 1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9월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 사격 대표팀은 금메달 15개라는 내부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본격 훈련에 들어가기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사격대표팀 지도자 12명은 14일 태릉선수촌에서 ‘변경수 총감독의 복귀와 촌외 훈련 승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독선적인 행정을 이유로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의 사퇴도 촉구했다.

변 총감독의 복귀에 대해 사격계는 하루빨리 대한체육회의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변 감독은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에 선수로 출전했다가 도핑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혈압 약을 먹은 게 이유였고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6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징계가 7일자로 끝난 만큼 복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03년 이후 한국 사격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인천 아시아경기를 위해서도 변 감독이 꼭 필요하다는 게 사격계의 견해다. 이에 대해 최종삼 촌장은 “도핑에서 적발된 지도자가 징계가 끝나자마자 돌아온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 14일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도 뜻이 모아졌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촌외 훈련을 두고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5월 28일 한화회장배 대회를 시작으로 6월 말까지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는 4차례에 걸쳐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 사격계는 이에 맞춰 창원에서 훈련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 촌장은 “충북 진천선수촌에 120억 원을 들인 사격장이 있다. 세금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진천선수촌에는 아직 결선 사격장이 없어 정상적인 훈련이 힘들다.

양측이 대립하면서 혼란에 빠진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촌의 주장대로라면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기 출전을 위해 진천에서 창원까지 3, 4시간씩 버스를 타고 새벽에 이동을 해야 한다. 원활한 훈련을 위해 대표팀을 떠나 소속팀으로 복귀하겠다는 선수들까지 나오고 있다.

하루빨리 감정싸움을 접어야 한다. 선수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하고 최상의 성과를 내도록 도와주는 데만 집중해도 시간과 노력이 모자란다. 인천 아시아경기는 이제 10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헌재·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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