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앞으로 다가온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각국 대표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시즌 막바지 일정을 소화하면서 부상 방지와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드컵을 목전에 둔 상황에선 작은 부상도 자칫 최종엔트리 합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년을 기다려온 월드컵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부상선수는 물론 해당 대표팀에도 이보다 더한 악몽은 없다.
● 황선홍 감독이 말하는 ‘악몽의 98년’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46) 감독은 1998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끔찍한 부상 악몽을 경험한 바 있다. 그는 멕시코와의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불과 11일 앞두고 치러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대표팀 간판 공격수였던 그의 공백은 너무 컸다. 대표팀은 본선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고작 2골을 넣는 데 그쳤고, 1무2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 국민이 교체출전이라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았으나, 그는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황 감독은 “적어도 벨기에전(조별리그 최종전)은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범근 감독님도 ‘한 경기라도 뛸 수 있다면 데려가겠다’며 나를 엔트리에서 빼지 않았다. 하지만 진통제를 5∼6번 맞아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트레이너들이 매일 같이 붙어서 치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황 감독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때는 월드컵에 나서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97년에 무릎 수술을 한 뒤에 오로지 월드컵만 바라보고 재활을 했는데, 코앞에 두고 다쳤으니 그 상실감은 엄청났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 불안·스트레스와의 싸움, “마인드 컨트롤 중요”
황선홍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선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다. 그는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도 매순간 부상에 대한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황 감독은 “히딩크 감독님이 대표팀에 오신 뒤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서야 대표팀에 들어갔다. 그 후로는 늘 나와의 싸움에 시달렸다. 훈련 때마다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했다. 황 감독은 “운동을 안 할 때도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명상이나 산책을 하면서 긍정적 생각만 했다. 누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이라는 절실함도 그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황 감독은 “(2002월드컵이)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대회였기에 1분, 1초가 소중했다. 그 때도 무릎이 좋지 않아서 매번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의무팀에도 ‘몸은 어찌되어도 좋으니 뛰게만 해달라’고 했다”며 절실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부상을 조심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몸을 사리면서 경기를 할 수는 없다. 평소 근력운동이나, 보조훈련을 많이 해서 부상을 방지하는 수밖에 없다. 심리적 안정도 중요하다. 의욕이 넘치거나 조절이 되지 않을 때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남은 기간 관리를 잘 해서 월드컵에 나서길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