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상황 겪어봐야 강한 공룡이 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18일 06시 40분


NC 김경문 감독(오른쪽)의 선수 조련법은 사자를 닮았다. 사자처럼 약육강식의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로 키운다. 그의 조련법은 NC가 1군 두 번째 시즌인 올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스포츠동아DB
NC 김경문 감독(오른쪽)의 선수 조련법은 사자를 닮았다. 사자처럼 약육강식의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로 키운다. 그의 조련법은 NC가 1군 두 번째 시즌인 올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스포츠동아DB
■ NC 김경문 감독의 선수 조련법

마무리 김진성에게 강민호와 승부 지시
연장전 역전 위기서 삼진…자신감 쑥쑥
이재학 완투경험 위해서는 패전도 감수
체력 과부하 용병투수들에겐 다정다감


사자는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뜨린 뒤 살아남는 새끼만 키운다. 죽음의 문턱을 넘길 정도로 강한 사자만이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NC 김경문 감독의 선수 조련법도 사자의 그것과 닮았다. 어떤 선수를 1군 주전으로 만들고 싶으면 접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리고, 타석에 세운다. 고비를 이겨내면 그 선수에게는 기회를 꾸준히 부여하며 성장을 돕는다. 16일 사직 롯데전 8-7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연장 10회 2사 2루서 강민호라는 리그 대표 강타자를 상대로 마무리투수 김진성을 올리고, 정면승부를 주문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 이재학을 에이스로 키운 사건

김 감독은 지난해 5월 17일 마산 삼성전 1-1로 맞선 9회 1사 만루에서 선발투수 이재학을 빼지 않았다. 9회 1아웃까지 호투했고, 한 방이면 패전을 떠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재학을 마운드에 내버려뒀다. 이재학은 결국 우동균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아 9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완투패)가 됐고, 팀도 1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고개 숙인 이재학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9이닝을 던져본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는 천지차이”라며 “(이)재학이가 9이닝을 던지면서 느끼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팀 성적은 감독이 책임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학이가 선발투수로서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학은 스승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치 짠 듯이 8월 27일 대구 삼성전 8회말 2사 만루를 만들었고, 이승엽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 김진성을 마무리로 키우기 위한 한 수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마무리로 테스트를 했다가 실패한 김진성에 대해서도 “아직 1군 마무리는 아니다”며 “그래도 본인이 열심히 했고, 당분간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도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쾌투를 펼치고 있다. 16일까지 1승1패·5세이브·방어율 1.23의 빼어난 성적으로 뒷문을 지키고 있다. 16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김 감독의 ‘독한 테스트’도 통과했다. 이전 타석에서는 홍성용에게 대타 강민호를 고의4구로 거르라는 사인을 보냈지만, 김진성에게는 역전 위기에서 강민호와의 정면승부를 주문했다. 그 경험을 통해 마무리로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진성은 풀카운트 끝에 강민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를 지켰다. 김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 예외조항은 외국인투수

이렇게 독하게 ‘새끼’를 키우는 김 감독에게도 예외는 있다. 외국인투수다. 팀이 이겨도 용병이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 “미안하다”며 이례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김 감독은 “사실 벤치에 앉아서 보면 중반 이후 바꿔야 될 상황이 뻔히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도 불펜 사정을 생각해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고 한다. 그러다 점수를 빼앗기고 용병의 승리를 못 지켜줄 때가 있다”며 “그래도 납득해주는 우리 팀의 용병들에게 고맙다”고 마음을 보듬어줬다.

시즌은 길다.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선발투수들이 6회 이상은 끌어줘야 4강 싸움이 가능하다. 외국인선수는 보이는 숫자가 몸값과 직결되는데 팀을 위해서는 희생을 강요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의 마음을 NC 외국인투수들도 잘 알고 있다. 승을 못 챙길 때도 있지만 매 경기 6이닝 이상씩을 던져주며 팀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NC를 시즌 초반 1위로 만든 힘이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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