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긴 호흡으로 뚜벅뚜벅 걷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11일 07시 00분


롯데는 투타에 걸쳐 전력을 대폭 보강하면서 새 시즌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김시진 롯데 감독은 “급하게 덤비지 않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는 투타에 걸쳐 전력을 대폭 보강하면서 새 시즌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김시진 롯데 감독은 “급하게 덤비지 않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조급함 버린 롯데 김시진 감독

히메네스·최준석 등 합류로 확달라진 롯데
여유 있는 4월 일정에도 “5선발 유지” 선언
“감독 인생 중요한 한 해…인내심에 달렸다”


남자프로농구 LG가 9일 창단 17년 만에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LG가 창원 홈팬들 앞에서 우승의 감격을 누리던 순간, 롯데는 마산구장에서 NC와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LG 세이커스의 우승을 바라보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과 프런트의 심정은 어땠을까.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창단했지만, 지난해까지 32년간 단 한 번도 정규시즌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통 큰 투자를 감행했고, 스프링캠프도 부상선수 없이 통과했다. NC와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선 ‘집 나간’ 롯데 팬들을 다시 불러올 만한 화끈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주위의 지나친 기대는 롯데가 짊어져야 할 또 하나의 부담일 수도 있다. 롯데가 이런 난관들을 뚫고 우승하며 700만 관중 시대의 선봉이 될 수 있을까.

● 롯데, 무엇이 달라졌나?

롯데는 9일 NC전에 손아섭, 강민호, 전준우 등을 제외했다. 그럼에도 16안타 9사사구로 14점을 뽑았다. 3번타자 루이스 히메네스, 4번타자 최준석은 모든 타순에 시너지 효과를 몰고 왔다. 롯데의 4번타자는 힘든 자리다. 멀쩡히 잘 치던 타자도 4번에 갖다놓으면 위축됐다. 두 거포가 가세하면서 나머지 타자들의 부담이 줄었다. 히메네스는 6회 우월홈런을 터뜨렸고, 최준석은 2안타 2볼넷의 완벽 출루를 보여줬다. 베테랑 장성호가 개막 엔트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선수 1∼2명이 다쳐도 팀이 흔들리지 않게 되자 경쟁구도가 확립됐다.

이와 더불어 일본인 코치 ‘모토니시 효과’도 돋보인다. 시범경기인데도 모토니시 코치는 3루에서 과감한 베이스러닝을 지시했다. 강민호, 히메네스 등 핵심타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운드에선 좌완 에이스 장원준의 복귀가 든든하다. 9일 NC전 4이닝 퍼펙트 5탈삼진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장원준의 존재만으로도 10승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

● 김시진 감독 “부담되지만 급하게 덤비지 않겠다”

조건이 좋다는 것은 자칫 자만과 부담을 불러올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게 균형을 잡는 것이 롯데 김시진 감독의 임무다. 김 감독은 10일 “솔직히 부담된다. 그러나 급하게 덤비지 않겠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롯데의 올 정규시즌 초반 일정은 아주 좋다. 3월 29∼30일 한화와 개막 2연전을 치른다. 그 다음에 4일을 쉰 다음 삼성과 3연전을 펼친다. 경기일정상 4월에는 5선발 없이 갈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4월에도 5선발 체제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한화와의 개막 2연전 때도 꼭 이기기 위해 장원준-송승준-유먼-옥스프링의 ‘빅4 선발’을 총동원하는 ‘1+1 선발’ 카드를 꺼내들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페넌트레이스 128경기를 긴 호흡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얘기다. 전력이 좋다고, 경기일정상 임시방편을 동원할 여유가 있다고 해서 ‘내일이 없는 야구’를 하지는 않겠다는 구상이다.

마운드에 대해서도 혹사 방지를 위해 ‘책임이닝제’를 천명했다. 투수별로 이닝을 할당해 책임을 지울 방침이다. 김 감독은 “올해는 내 감독 인생에서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승부를 위해 조급함은 버릴 생각이다. 김 감독은 “인내심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부산|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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