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기자의 KBL 레이더] “경선 거부” 한선교 KBL 총재의 위험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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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28일 07시 00분


한선교 총재. 스포츠동아DB
한선교 총재. 스포츠동아DB
오는 6월 임기 만료…연임 희망 의사
“경선 가면 불신임으로 알겠다” 밝혀


2011년 한국농구연맹(KBL) 제7대 수장으로 취임한 한선교 총재(사진)는 농구에 대한 오랜 사랑과 남다른 열정을 바탕으로 그동안 과감한 제도 개혁을 이끌어냈다. “내가 총재가 된 뒤 대학 졸업생들을 드래프트 이후 곧바로 프로에서 뛰도록 만들었다. 과거 규정대로였다면 올 시즌 김종규(LG), 김민구(KCC) 같은 신인들의 활약은 볼 수 없었다. 또 하위 4개 팀에게 신인드래프트에서 혜택을 주던 것도 폐지해 ‘져주기 게임’도 없어졌다”는 한 총재의 말은 공허한 치적 자랑이 아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여러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자농구계에선 한 총재에 대해 “주변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현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음 시즌부터 ‘12분 쿼터제’를 도입하려는 것이 좋은 예다. 스포츠동아가 1월 24일자로 보도한 대로, 10개 구단 감독 등 남자프로농구 현장의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무려 83.3%(30명 중 25명)가 12분 쿼터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6월이면 한 총재의 3년 임기가 끝난다. 임기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농구계에선 벌써부터 그의 연임 여부를 놓고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연임을 염두에 둔 한 총재가 이미 몇몇 구단의 표를 확보했다’, ‘모 구단 단장은 힘 있는 한 총재에게 표를 주고 자신의 임원임기 연장을 노리고 있다’는 등 여러 소문이 나돌고 있다.

최근 한 총재는 ‘KBL 총재를 다시 맡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시즌이 한창 중이라 밝히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전제한 뒤 “단 한 가지는 확실하다. 경선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시 하고 싶다’고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10개 구단 구단주(또는 위임장을 받은 단장)가 참석하는 KBL 총회에서 자신을 재추대한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경선으로 간다는 것은 KBL 총재로서 내가 이제까지 해온 것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인 것을 보면 경선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 오면 ‘차라리 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한 총재는 3년 전 취임 당시, 전임 전육 총재와 재경선까지 가는 치열한 표 대결 끝에 당선됐다. 3선 국회의원인 한 총재는 스스로 늘 얘기하듯, ‘정치인’이다. 경선으로 당선된 그가 경선을 원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은, KBL 총재로서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는 또 다른 독선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다.

정치인임을 자부하는 한 총재가 경선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나는 또 하고 싶다. KBL 수장을 맡고 싶은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면, 공정하게 경쟁해보자’고 하는 것이 합당하다. 밀어붙이기식 12분 쿼터제 도입이나, “경선은 안 하겠다”는 한 총재의 말 모두 이치에 닿지 않는 듯하다.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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