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더 인터뷰] 김재호 “수비 만큼은 확실하게…주전 유격수자리 악착같이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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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6일 07시 00분


한국시리즈에서 수비를 펼치고 있는 김재호의 모습. 9년간 백업 내야수로 활약해 온 김재호는 데뷔 10년차에 팀의 주전 유격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에서 수비를 펼치고 있는 김재호의 모습. 9년간 백업 내야수로 활약해 온 김재호는 데뷔 10년차에 팀의 주전 유격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스포츠동아DB
■ 10년 만에 두산 주전 유격수 꿰찬 김재호

유격수가 수비 못하면 끝…항상 연구
발놀림 하나는 시헌이형보다 한수 위
배트 짧게 잡으니 안타…타석 자신감
내년 목표는 주전으로 풀타임 뛰는것


두산 김재호는 데뷔 10년차 유격수다. 지난 9년 동안 백업내야수로 살아온 그는 올해 주전이 됐다.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5를 기록했고 실책은 5개밖에 하지 않았다. 올해 그는 팀의 간판 유격수 손시헌을 뛰어넘었다. 손시헌이 허리부상을 당한 6월부터 주전으로 나갔고 시즌 끝까지 주전으로 활약했다. 내년에도 두산의 주전 유격수는 김재호다. 시즌 뒤 FA가 된 손시헌이 NC로 팀을 옮겼다. 두산의 유격수계보는 80년대 유지훤-90년대 김민호-2000년대 손시헌으로 이어져 왔다. 김재호가 두산의 4대 유격수로 평가받게 될지 기대된다. “시헌 형이 떠나면서 그랬어요. 힘들게 차지한 주전이니까 오랫동안 악착같이 지키라고요.” 데뷔 10년 만에 주전 유격수가 된 김재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 “이제 네가 주전이야, 김재호 화이팅!”

- 오랜만이다. 김재호 인터뷰는 처음이네.

“네. 안녕하세요. 아무도 제 기사 안 써주는데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벌써 입단한지 10년이 됐지?

“2004년 두산에 왔으니까 딱 10년이죠.”

- 올해는 뜻 깊은 한해였다.

“프로에 와서 가장 신나게 뛴 한해였죠. 성적도 좋았고 정말 오랜만에 주전으로 뛰었어요.”

- 두산의 주전 유격수는 항상 손시헌이었는데 올해는 네가 주전이었어.

“올해 시헌 형이 허리가 좋지 않았어요. 6월부터 경기에 나갔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도 잠깐일거라 생각했죠. 시헌 형이 복귀할 때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 그런데 시즌 끝까지 좋은 성적이 이어졌다.

“제가 생각해도 꾸준할 정도로 성적이 나왔어요. 타격도 되고, 수비도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거기에 감독님이 믿고 써주셨죠.”

- 5월까지는 2군에 있었다.

“4월에 허리를 좀 다쳐서 2군에 가 있었죠. 근데 1군에서 안 부르더라고요. 그때 (허)경민이가 참 좋았거든요. 내자리가 없는가보다 생각했죠.“

- 유격수로 뛰면서 덕아웃에 있는 손시헌을 보았을 때 어떤 기분이던가?

“항상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시헌 형이 앉아 있었죠. 형도 이제 백업의 기분을 조금 알까? 그런 생각 들더라고요. 하지만 게임에 나가면서도 주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주전은 시헌이 형이고 나는 백업, 그런 마음이었죠.”

- 그런데 시즌 끝까지 주전으로 뛰었다.

“7월말에 시헌 형이 저를 부르더라구요. ‘재호야! 이제 네가 두산의 주전 유격수야. 좀더 자신 있게 해봐!’ 하더라고요. 가슴이 뛰었어요. 시헌 형이 나보고 ‘이젠 네가 주전’이라고 하시면서 ‘김재호 파이팅!’ 할 때 정말 찡했어요.”

- 손시헌은 NC로 갔다. 떠나면서 한말은 없나?

“잘하라고요. 힘들게 고생해서 얻은 주전 자리니까 악착같이 오래 지키라고요. 쉽게 뺏기면 용서 안한다고 했어요.”

● “잔디에서 수비는 제가 처음 했어요.”

- 손시헌의 수비는 어떤가?


“다 아시잖아요. 수비에서 쾌감을 느끼게 하죠. 핸들링도 좋지만 공 던질 때 보면 통쾌하기까지 해요.”

- 손시헌은 김재호에게 높은 벽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수비 잘하고 타격도 좋고. 또 시헌 형이 카리스마도 있고 리더십이 있어요. 어떤 감독님이 시헌 형을 안 쓰겠어요?”

- 김재호가 손시헌보다 수비에서 앞서는 게 있다면?

“스텝이요. 발놀림은 저도 자신 있어요. 김민호 코치(LG)님에게 큰 스텝, 작은 스텝을 배웠죠. 스텝이 되니까 수비할 때 좋은 위치에 빨리 가게 돼요.”

- 올해 보니까 처음부터 잔디위에서 수비도 하더라.

“2루수는 ‘2익수’하면서 잔디 위에서 많이 하는데 유격수는 제가 처음일지도 몰라요. 2루주자가 있을 때 잔디위에서 수비하면 안타성 타구를 일단 막을 수 있고, 그러면 실점을 안 하잖아요. 어깨에 자신도 있고 해서 시작했는데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 잔디위에서 하면 스타트에 어려움은 없나?

“괜찮아요. 선수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걸음 느린 타자 나오면 내년에도 잔디위에서 할 거예요.”

- 올해 보니까 ‘수비를 참 잘하는 유격수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유격수가 수비 못하면 끝이죠. 수비에 대해서는 연구를 많이 해요. 게임에 계속 나가니까 창의성도 생기고요.”

● “방망이 짧게 잡으니까 안타가 나오더라고요.”

- 올해는 안타도 많이 쳤다. 타격에서도 좋은 인상을 줬어.

“저도 올해 뿌듯한 게 3할을 친 거예요. 물론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2할5푼도 한번 못 쳤던 제가 0.315를 기록했잖아요. 안타도 78개나 쳤고요.”

- 어떤 점이 타격에 좋은 영향을 주었을까?

“배트를 짧게 잡은 거죠. 배트를 짧게 잡고 치면서 타이밍이 맞게 되고, 타이밍이 좋아지니까 안타가 나오더라고요.”

- 배트를 짧게 잡은 계기는?

“지난해 여름에 이토 코치님(현 지바롯데 감독)과 토스배팅을 하는데 ‘배트를 한번 짧게 잡아봐’ 하셨어요. 그러더니 ‘재호는 배트를 짧게 잡는 게 좋겠다’고 하셨죠.”

- 그때부터 배트를 짧게 잡았나?

“아니요. 계속 길게 잡고 쳤어요. 그러다가 시즌 마지막 두 경기를 남기고 짧게 잡았어요. 근데 안타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배트스피드가 빠른 편이 못돼요. 시속 145km 넘어가면 타이밍이 늦었어요. 근데 짧게 잡으니까 더 빠른 공도 타이밍이 맞는 거예요.”

- 자신감이 많이 생겼겠다.

“네. 타석에서 자신감이 없는 편이었는데 이젠 타석에 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 야구를 사랑하자. 재미있게 하자!

- 김재호는 항상 밝은 선수다. 야구장에서 웃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고.

“제가 좀 웃는 상인가 봐요. 그것도 있고, 야구를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 백업으로 사는 게 결코 쉽지 않다. 힘든 시간도 많았을 텐데.

“2010년 시즌 마치고 야구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그때는 정말 야구가 싫었죠. 근데 생각을 바꿨어요. 정말 내가 좋아서 시작한 야구인데, 그리고 프로까지 왔는데, 야구를 사랑하지 않는 내가 보이더라고요. 생각을 바꿨어요. 야구를 사랑하자, 재미있게 하자, 운동장에서 밝게 행동하자. 그렇게요.”

- 아픈 기억이지만 한국시리즈는 어땠나?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제 생애 최고의 경험이었죠. 한국시리즈 때는 우리 팀이 심리적으로 많이 쫓겼어요. 3승을 하고 나서 우리가 할 것에만 집중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삼성을 의식했어요. 앞서면서도 두려움이 있었죠.”

- 올 시즌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제 꿈 가운데 하나가 주전으로 한국시리즈에 나가서 우승하는 건데 올해 절반만 성공했어요. 그리고 10년 만에 억대연봉도 받게 될 것 같아요. 주전이 아닌 선수들에게는 억대연봉 의미가 훨씬 더 크거든요.”

-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풀타임을 뛰는 거요. 한번도 못해봤잖아요. 안타도 100개 쳐보고 싶고요.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는 게 목표예요.”

- 두산의 유격수는 유지훤∼김민호∼손시헌으로 이어져 왔다. 이제는 김재호다.

“시헌이 형 말대로 악착같이 해서 주전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해야죠. 다른 건 몰라도 수비만큼은 확실하게 할 생각입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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