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타카’의 성공… K리그가 갈 길 보여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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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공2’ 준비 전북 최강희 감독

최강희 전북 감독이 11월 30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에 있는 클럽하우스 앞 잔디구장에서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완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강희 전북 감독이 11월 30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에 있는 클럽하우스 앞 잔디구장에서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완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참 후배지만 자랑스럽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보여준 ‘스틸타카’가 프로축구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프로축구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54)의 2013년은 굴곡이 많은 해였다.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티켓을 획득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에 패하는 등 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전북에 복귀해서도 과거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전북은 중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긴 했지만 과거 ‘5-0’ 게임 등 특유의 공격축구를 하지 못했다는 게 최 감독의 판단이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3위를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세계 최고의 클럽하우스를 지어준 구단을 위해 그에 걸맞은 팀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전북은 ‘닥공’으로 2009년, 2011년 K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최 감독은 먼저 황선홍 감독의 성공스토리에 박수를 보냈다. 전북이 ‘닥공’으로 성공했듯 포항이 보여준 스틸타카가 K리그 발전에 큰 기폭제가 될 것으로 봤다. 스틸타카는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가 펼치는 세밀한 패싱플레이 ‘티키타카’와 포항 스틸러스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티키타카는 탁구에서 쉴 새 없이 랠리를 거듭하는 모습의 스페인어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패스축구를 표현하는 말이다. 황 감독은 올 시즌 골문 근처에서 짧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하면서 FA(축구협회)컵과 K리그 클래식의 우승을 일궈냈다.

“앞으로는 색깔 있는 축구만 살아남을 것이다. 승리보다는 팀마다 독득한 컬러의 축구를 선보여 팬들을 즐겁게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가 됐다. 전북도 ‘닥공2’를 준비하고 있다. 지든 이기든 공격을 펼쳐 팬들에게 재밌는 축구를 보여주겠다.”

최 감독은 ‘닥공’과 ‘스틸타카’, 그리고 FC 서울이 보여준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 울산 현대의 ‘철퇴축구’ 등 팀마다 고유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 게 프로축구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황 감독의 성공스토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구단에 경종을 보냈다. 그는 “포항은 고 박태준 구단주의 축구 사랑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유소년에 투자했다. 그 결실이 지금 나타난 것이다. 외국인 선수가 없지만 탄탄한 유소년시스템에서 큰 선수들이 주축이 돼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소년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구단들이 ‘포항도 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라며 투자를 줄이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나 맨체스터 시티 등 좋은 선수를 영입해 명문으로 도약했듯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팀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 감독은 “한국축구를 위해 잠시 대표팀으로 나가면서 전북이 전성기를 누릴 동력을 잃었다. 2011년 전력이면 이후 계속 우승을 넘보는 팀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구단과 팬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내년엔 더 멋진 축구를 보여주겠다. 팀 컬러를 완전히 바꿔 새로운 공격축구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완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K리그 클래식#포항#울산#황선홍#최강희#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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