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박지성 1골1도움 원맨쇼 뒤엔 코쿠감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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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24일 07시 00분


박지성. 스포츠동아DB
박지성. 스포츠동아DB
■ 아약스전 ‘경기 MVP’ 원동력은?

“컨디션 봐 가며 훈련해”…자율훈련 배려
박지성 A매치데이 휴가도 반납하고 훈련


후반 23분 박지성(32·PSV아인트호벤)이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리자 필립 코쿠(43) 감독은 두 팔을 번쩍 들며 스태프와 얼싸 안았다. ‘내가 박지성을 왜 데려왔는지 알겠지’라고 말하는 듯 했다. 바로 옆 아약스 프랑크 데 부어(43) 감독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동시대 네덜란드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동갑내기 라이벌 코쿠와 데 부어의 표정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엇갈린 희비의 중심에 박지성이 있었다.

박지성이 맹활약한 아인트호벤이 라이벌 아약스를 격파하고 리그 선두를 탈환했다. 박지성은 22일(한국시간) 아약스와 에레디비지에 7라운드 홈경기에서 풀타임 뛰며 1골1도움을 올렸다. 후반 19분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문전 앞 힐제마크에게 정확한 땅볼 패스를 연결해 도움을 올렸다. 4분 뒤에는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무너뜨리는 움직임으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지난 달 25일 헤라클레스 전 때 극적인 동점골 이후 한 달 만의 득점. 박지성은 홈팬들의 기립박수와 현지 언론의 극찬 속에 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 코쿠의 배려

박지성은 작년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 뒤 최근 1년 사이 가장 빛나는 활약을 보였다.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의 잃어버린 1년을 뒤로하고 제2의 고향 아인트호벤에서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부활의 중심에 코쿠가 있다. 감독과 선수의 궁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지성은 은사 히딩크와 퍼거슨 아래서 승승장구했지만 QPR로 옮기고 레드냅이 새로 부임하며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올 여름 박지성이 아인트호벤 유니폼을 입은 가장 큰 이유는 코쿠의 강력한 러브 콜이었다.

코쿠는 평소 훈련 때 박지성에게 각별히 신경을 쓴다. 자율 훈련이 대표적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노장 미드필더 긱스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시작해도 끝내는 시간은 다를 때가 있다. 긱스는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훈련을 일찍 마치기도 한다. 박지성도 마찬가지다. 물론, 박지성은 아직 체력이 거뜬하다. 팀 훈련도 100%% 정상 소화한다. 하지만 코쿠는 박지성에게 “컨디션을 봐 가며 알아서 조절하라”고 말해 준다. 이심전심이다. 박지성이 자기관리에 누구보다 철저하다는 사실을 코쿠가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 휴가도 잊고 훈련 매진

9월 초부터 약 열흘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데이였다.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선수들은 이 기간 잠시 휴식을 취하곤 한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박지성도 국내에서 잠시 머리를 식힐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박지성은 휴가의 ‘휴’자도 꺼내지 않았다.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 빨리 몸을 끌어올려야한다는 생각에 훈련에만 몰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20일 루도고레츠(불가리아)와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때 박지성이 후반 교체로 들어가자 네덜란드 언론은 “박지성이 풀타임을 뛸 체력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곧바로 코쿠는 “아약스와 경기를 대비해 주전 몇 명을 쉬게 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박지성은 불과 이틀 만에 풀타임을 뛰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자신을 믿어준 코쿠의 위상을 살려줌과 동시에 체력저하 논란도 통쾌하게 씻어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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