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마술사’ 미켈슨, 브리티시오픈 역전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선두와 5타차 극적 뒤집기… 커리어 그랜드슬램 눈앞에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골퍼로 꼽히는 필 미켈슨(43·미국)의 US오픈과의 악연은 잘 알려져 있다. 왼손 골퍼인 미켈슨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40번 넘게 우승했지만 US오픈에서는 준우승만 6차례 차지했다. 올해 US오픈에서도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역전패했다.

링크스(해변 모래땅의 자연지형) 코스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오픈(공식명 디 오픈)에서도 미켈슨은 나쁜 기억이 더 많았다. 지난해까지 19번 출전해 우승은 한 번도 하지 못했고, 컷 탈락은 4차례나 당했다. 공격적인 샷이 트레이드마크인 미켈슨에게 예측 불허의 날씨, 까다로운 그린, 무성한 러프로 무장한 링크스 코스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했다.

그렇지만 미켈슨은 22일 막을 내린 제142회 브리티시오픈에서 반전의 역사를 썼다.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링크스(파 71·7192야드)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미켈슨은 3라운드까지만 해도 선두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에게 5타나 뒤져 있었다. 4라운드 초반 TV 중계 카메라마저 그를 외면할 정도로 우승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날 미켈슨은 버디 6개에 보기 1개로 5언더파 66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최종 성적은 3언더파 281타. 마스터스 3승(2004, 2006, 2010년), PGA 챔피언십 1승(2005년)에 이어 개인 통산 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한때 22위까지 떨어졌던 세계랭킹은 2위로 수직 상승했다. 생애 첫 클라레 저그(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은으로 만든 술 주전자)를 받은 미켈슨은 US오픈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서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로 홀을 공략해 나갔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드라이버는 아예 캐디백에서 빼버렸다. 바람에 적응하기 위해 오른쪽에서 왼쪽 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한 것도 효과를 봤다. 야후스포츠는 “링크스 코스에 어울리지 않던 미켈슨이 십몇 년간의 경험과 훈련을 통해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열린 유럽투어 스코티시오픈에서 우승한 미켈슨은 스코티시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 한 해에 동시에 우승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브리티시오픈은 2011년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 지난해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이상 당시 42세)에 이어 미켈슨이 우승하면서 3년 연속 40대 우승자를 배출했다.

한편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에 목마른 타이거 우즈(미국)는 마지막 날 3타를 잃어 최종합계 2오버파 286타로 공동 6위에 그쳤다. 전날까지 선두였던 웨스트우드도 1오버파 285타로 공동 3위에 자리하며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필 미켈슨#US오픈#제142회 브리티시오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