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View]정진호, 수사불패 정신으로 1군서도 ‘왕별 계급장’ 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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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22일 07시 00분


상무 정진호는 올해 퓨처스 올스타전에 대체 선수로 출장해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1·2군 올스타전 MVP를 잇달아 석권한 전준우(롯데)처럼 미래의 1군 미스터 올스타를 꿈꾸는 정진호가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 도중 힘차게 달리고 있다. 포항|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상무 정진호는 올해 퓨처스 올스타전에 대체 선수로 출장해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1·2군 올스타전 MVP를 잇달아 석권한 전준우(롯데)처럼 미래의 1군 미스터 올스타를 꿈꾸는 정진호가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 도중 힘차게 달리고 있다. 포항|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퓨처스 올스타전 MVP…‘제2의 전준우’ 꿈꾸는 상무 정진호

퓨처스 올스타전 5타수 3안
타 “죽기살기 어필”
“전준우 선배처럼…1·2군 올스타 MVP에 도전”

“군대서 정신적으로 성장…두산 1군 도약 자신”
부모님만 생각하면 뭉클 “꼭 호강시켜 드릴 것”

2007년 시작된 퓨처스 올스타전은 미래의 1군 선수를 배출하는 탯줄 역할을 해왔다. 2007년 MVP(최우수선수) 채태인(삼성)을 비롯해 2008년 MVP 전준우(롯데), 2010년 MVP 김종호(NC) 등이 그 예다. 19일 포항구장에서 펼쳐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2군 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을 줬다. 5년 전 퓨처스 올스타전 MVP를 받았던 전준우가 마침내 1군 올스타전에서도 ‘별 중의 별’로 뽑혔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1·2군 올스타전 MVP 석권이다. 18일 열렸던 2013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MVP를 거머쥔 정진호(25·상무)는 ‘제2의 전준우’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전준우 선배처럼 왕별이 되고 싶다!

정진호는 대체 선수로 퓨처스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다. 당초 상무에선 박정음이 나가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부상 때문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상무 박치왕 감독은 외야수들을 소집했다. “나가고 싶은 사람 있냐?” 정진호가 번쩍 손을 들었다. “2012 퓨처스 올스타전에 나갈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1군으로 올라가면서 출전을 못했습니다.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무대라서 자원을 했죠.”

올스타전이 열릴 포항에 도착해보니, 모든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있었다. 이기려는 의욕은 소속팀 경기만큼이나 강했다. “우리는 뭔가는 보여줘야 하는 선수잖아요. 자기 어필을 해야 하니까 죽기 살기였죠.” 결국 정진호는 5타수 3안타를 쳤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스포트라이트였다. 상금도 100만원이나 받았다. 군인에게는 PX를 통째로 털 수도 있는 큰 돈이다. “관심 받는 게 솔직히 재밌어요. ‘나도 정말 스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준우가 1군 올스타전 MVP를 받은 사실도 큰 자극이 됐다. 어렴풋이 1군 올스타전 MVP의 꿈을 품었다. “저도 그렇게 큰 무대에서 꼭 뛰어보고 싶어요. 전준우 선배가 5년 만에 했으니까, 저는 1년 줄였으면 좋겠는데….(웃음)”

● 두산 지명은 행운! 김현수·오재원 선배가 롤 모델!

유신고-중앙대를 졸업한 정진호는 2011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38번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은 6000만원. 크게 주목 받는 신인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포지션은 외야수. 두산은 외야 자원이 풍부하다. 김현수, 이종욱, 정수빈, 임재철 등이 버티고 있었다. 대학 때 “어느 팀에 가고 싶냐?”고 주변에서 물으면, “두산 빼고 다 좋아요”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두산 입단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배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정진호는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선배로 김현수와 오재원(두산)을 꼽았다. “현수 형에게 ‘형은 안타 못 쳐도 아무렇지 않아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야, 어차피 지나갔는데 어떡해. 다음 타석에 치면 되지. 왜 미련을 가져’라고 말하더라고요. 역시 잘 치는 선수는 다른 것 같아요. 레벨이 있어서 자신감이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닮고 싶은 멘탈입니다.”

오재원은 누구보다 성실하다. 프로답다. 한번은 웨이트트레이닝 도중 오재원이 정진호를 불렀다. “야, 너 언제까지 1·2군 왔다 갔다 하는 선수 할래? 그렇게 대충해서 되겠냐?” 따끔했기에 고마운 충고였다. 넉넉지 않은 2군 선수에게 야구장비를 잘 챙겨주는 선배도 오재원이다. 정진호는 “프로다운 자세뿐 아니라, 공·수·주에서 센스도 닮고 싶다”고 했다.

● 좌우명은 ‘상무정신’ 수사불패!

동기생 이용찬, 임태훈(이상 두산) 등은 일찌감치 프로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의 활약을 볼 때마다 주전에 대한 마음은 더 간절하다. 몇 번의 기회는 있었다. 두산 시절이던 2012년 9월 12일 목동 넥센전. 1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이종욱이 부상을 당했다. 정진호는 갑작스럽게 출전하게 됐다. 결과는 3안타. 수비만 집중하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타석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정진호의 아버지는 지금도 그 경기를 보고, 또 다시 본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입대한 정진호는 2014년 9월 제대한다. 두산으로 복귀해 마무리훈련부터 눈도장을 찍어야 2015년을 기약할 수 있다. “두산 시절 매일 저녁마다 혼자서라도 스윙훈련을 했어요. 그렇게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2011, 2012년 짧게나마 1군을 경험하면서 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붙이면, 통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정진호의 성격은 다소 내성적이다. 승부욕이 부족하다는 평도 들었다. 그런 그에게 상무 입대는 좋은 계기가 됐다. “수사불패(雖死不敗·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의 상무정신은 이제 제 좌우명입니다.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해야 한다. 강함이라는 것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마음이다.’ 군대에 와서 제가 정신적으로 더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요. 제대를 하더라도 ‘지지 않겠다’는 이 마음가짐을 담아가고 싶습니다.”

상무 정진호(왼쪽 2번째)가 18일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왼쪽 3번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상무 정진호(왼쪽 2번째)가 18일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왼쪽 3번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군가 ‘사나이 한 목숨’의 깨달음

‘아버지, 어머니.’ 군대에서 가장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름이다. 정진호에게 부모님의 존재는 야구에 대한 목표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

‘피와 땀이 스며있는 이 고지 저 능선에 쏟아지는 별빛은 어머님의 고운 눈길….’ 훈련소 시절의 일이다. 군가 ‘사나이 한 목숨’을 부르다가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학창시절 내내 자신을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3 때 집안형편이 어려워졌지만, 그 때도 아들의 운동에 지장이 생길까봐 내색 한번 안 하신 분들이었다.

“제가 야구를 잘하면, 저보다도 더 기뻐해주시는 분이 부모님입니다. 아마 이번에 MVP 탄 경기도 계속 돌려보고 계실 걸요? 저에게 부담을 안 주시려고 야구에 대해선 내색을 잘 안 하시는데…. 이번에는 ‘축하한다. 자랑스럽다’고 기뻐하시더라고요. 돈이 곧 효도는 아니지만, 연봉 많이 받는 선수가 돼서 물질적으로도 호강 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 상무 박치왕 감독이 본 정진호

20년간 상무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이제 입대한 선수를 보면, 그가 1군에서 통할지 안 통할지 보인다. 정진호는 1군 선수다. 우선 야구 센스가 있고, 야구를 알고 한다. 팀에서도 그린라이트를 부여하고 있다. 제대 후 1군에서 뛸 선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마인드가 긍정적이면서도 도전적이다. 박병호(넥센), 박석민(삼성), 박정권(SK) 등이 그랬다. 정진호 역시 마찬가지다. 정진호의 장점은 공·수·주가 모두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박재상(SK)의 상무시절과 비슷한 느낌이다. 단점은 승부욕이 다소 부족하다. 만족하지 말고, 매사에 욕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수사불패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제대하는 선수들에게 “내가 사인을 받으러 찾아가는 선수가 되라”고 주문하는데, 정진호도 사인을 받는 선수가 될 것 같다.

● 퓨처스 올스타전 MVP 선배들의 조언

▲전준우=2008년 당시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은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이 확실했다. 솔직히 그 때는 ‘아, 내게는 기회가 없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 할 일을 했다. 정진호라는 후배는 발도 빠르고 외야수비도 좋은 선수로 알고 있다. 군 생활 동안 부족한 부분을 잘 메우면 기회는 꼭 온다. 얼마나 참고 기다리느냐가 관건이다.

▲김종호=퓨처스 올스타전 MVP가 된 뒤, “MVP 출신들이 다 잘 됐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정진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난 그 점이 오히려 부담이 됐다. MVP 수상 이후에도 기회가 안 오다 보니, 실망이 컸다. ‘나만 잘 안 되면 어쩌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진호에게도 그런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실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준비만 잘하면, 나처럼 ‘뒤늦게’라도 기회는 반드시 온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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