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서동현 “뽑힌 날 잠이 안오더라고요 새로 연애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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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16일 07시 00분


홍명보 감독과 다시 인연이 닿기까지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홍 감독이 수석코치였던 2008베이징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탈락한 서동현은 시련을 딛고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사진제공|강원FC
홍명보 감독과 다시 인연이 닿기까지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홍 감독이 수석코치였던 2008베이징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탈락한 서동현은 시련을 딛고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사진제공|강원FC
5년만에 대표팀 승선 서동현과
그를 응원하는 아내 임지혜 씨

‘기쁘다. 너무 너무 감사하다. 누가 보면 월드컵 나가는 줄 알겠지만 아무도 모른다. 그 동안 남편이 얼마나 원했었는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이번 기회를 부디 잘 잡았으면 좋겠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응원과 격려 뿐. 오늘만큼은 오늘까지만 이 기쁨을 누리고 싶다. 힘내! 레인메이커.’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서동현(28)이 11일 발표된 동아시안컵(20∼28일) 최종엔트리에 포함되며 4년7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던 날, 그의 아내 임지혜 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편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던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남겼다. 서동현의 별명은 ‘가뭄에 단비’라는 뜻의 레인메이커다. 2008년 수원삼성 시절 고비 때마다 골을 터뜨리며 멋진 별명을 얻었다. 이후 깊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가 강원을 거쳐 작년 제주에서 부활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서동현은 최근 활약을 인정받아 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눈에 들었다.

서동현 아내 임지혜 씨의 SNS 내용.
서동현 아내 임지혜 씨의 SNS 내용.

아내의 응원…레인메이커의 부활 원동력
이유없이 찾아온 슬럼프…즐기니 잘 풀려

갑작스러워서 정장은 세탁소에 맡겼어요
월드컵 떠나서 후회없는 플레이 하려고요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들었을 때 심정은.

“솔직히 기대 안 했어요. 뽑힌 날 밤에는 잠도 안 오더라고요. 새로 연애하는 기분이랄까요. 긴장도 되고 기대도 커요. 중요한 시기에 좋은 기회가 왔고, 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고 있어요.”

-홍명보 감독과의 인연은. 홍 감독이 2008베이징올림픽 수석코치일 때 최종 명단에서 아쉽게 탈락했는데.

“홍 감독님과는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다시 뵙게 됐네요.”

-정장을 입고 들어가야 하는데 준비했나.

“세탁소에 맡겼어요. (한 벌 새로 사야하지 않나) 너무 갑작스러워서…. 살 시간이 없었어요. 하하.”

-파주NFC 정문에서부터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그 길이 꽤 멀 것 같아요. ‘내가 이 문을 통과해서 나중에 나올 때까지 보여줄 수 있는 만큼 확실히 보여주고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려고요.”

-딸 바보로 유명하다. 아내와 딸이 가장 기뻐했을 것 같은데.

“아내가 SNS에 제 예전 대표팀 시절 사진과 함께 글을 써줬어요. 가족은 언제나 너무 힘이 되는 존재죠. 작년 4월 태어난 딸은 이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직 몰라요.(웃음)”

-올 시즌(3골5도움 기록 중) 도움이 유독 많은 것이 눈에 띄는데.

“올해는 개인욕심보다 팀을 위해서 헌신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 아니어도 우리 팀에 골 넣을 수 있는 선수들 많거든요. 그리고 제가 골에 비해 너무 도움이 적더라고요. 도움을 많이 해서 20(골)-20(도움) 클럽도 가입하고(통산 45골15도움 기록 중) 만능 공격수로 거듭나고 싶어요.”

-2008년 이후 슬럼프는 왜 갑자기 찾아온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특별한 이유를 못 찾겠어요. 그 때는 새벽 운동까지 하면서 훨씬 더 열심히 준비했는데, 어떤 방법을 써도 안 되더라고요. 너무 괴로웠죠. 두 번 다시 그런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아요.”

-5년 전 서동현과 지금의 서동현은 뭐가 달라졌나.

“요즘에는 즐기려고 해요. 예전에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 스스로에게 부담을 줬죠. 즐기자는 마음을 가지니 축구가 잘 되네요.”

-울산전(7월16일) 각오는.

“대표팀 들어가기 전 마지막 경기라 골을 넣고 승리하고 싶죠. 사실 수원과 경기(7월13일) 때는 모든 사람들이 저보도 수원 킬러라고 해서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어요. 힘을 빼고 부드러워져야 해요. 대표팀 가서도 마찬가지고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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