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수비 실수 하더라도 이닝중 교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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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23일 07시 00분


삼성 류중일 감독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류 감독은 자신의 선수 시절 아픈 경험을 살려 실책성 플레이를 한 야수를 이닝 도중 곧바로 빼지 않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류중일 감독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류 감독은 자신의 선수 시절 아픈 경험을 살려 실책성 플레이를 한 야수를 이닝 도중 곧바로 빼지 않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류중일 감독 “문책땐 트라우마 역효과”

삼성 류중일(50) 감독은 인내심이 남다른 사령탑이다. 투수와 타자가 감을 찾을 때까지 최대한 기회를 준다. 수비수에게도 마찬가지다. 한번 실수했다고 문책성으로 교체하는 일도 없다. 선수의 입장을 최대한 헤아리면서 팀을 지휘한다.

22일 대구 LG전에 앞서 전날 1회초 시작하자마자 LG 오지환의 평범한 플라이 타구를 놓친 2루수 조동찬의 실수가 화제에 오르자 류 감독은 “바람도 안 불었어. 그냥 실책이야. 감독 입장에서 속에 불이 나지”라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과거엔 그런 실수를 하면 문책성으로 곧바로 교체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이닝 도중에는 교체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 교체하려면 이닝이 바뀔 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어 자신의 선수 시절을 돌이켰다. 그는 “나는 수비 실수로 인해 이닝 도중 교체된 경험은 없다. 그런데 교체 당하는 선수를 수없이 봐왔다. 속으로 ‘저 선수는 덕아웃까지 뛰어가지만 얼마나 멀어 보일까’ 싶었다. 투수에게 미안하고, 다른 야수한테 미안하고, 벤치에 미안하고, 팬들에게 미안할 것이다. 심지어 야구장에 와 있는 가족에게 미안할 것이다”며 “현역 시절에 우리 부모님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셨는데, 내가 실책을 하면 팬들이 옆에서 ‘류중일 ×××’라고 욕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 부모님은 ‘우리가 류중일 부모요’라는 말도 못하고, 아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가서 야구를 보셨다고 하더라”고 옛일을 떠올렸다.

가끔은 충격요법으로 선수단에 긴장을 조성할 법도 하지만, 류 감독은 “그럴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실수한 선수를 문책성으로 교체하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수비를 잘하는 선수를 투입하면서 교체하거나, 실책한 선수가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닝 도중에도 교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감독이 된 뒤 실수 하나로 이닝 도중 교체한 상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구|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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