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없는 포항의 한계와 황선홍 감독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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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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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스포츠동아DB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스포츠동아DB
짜릿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없었다.

K리그 클래식 선두 포항 스틸러스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마감했다. 2골 차 승리가 필요했던 포항은 4월30일 조별리그 G조 최종전에서 분요드코르와 1-1로 비겼다. 종료직전 터진 박성호의 동점골로 패배를 면했다. 승점7(1승4무1패)로 조 3위 탈락.

공교롭게도 겹치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 주말(4월28일) 최고의 역전 드라마를 쓴 FC서울이었다. 8분 만에 3골을 몰아넣으며 강원FC를 3-2로 꺾었다. 외국인 공격수 데얀이 빛났다. 작년 K리그(1부 리그) 31골을 터뜨리며 한 시즌 역대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던 그는 환상적인 터닝슛으로 역전극의 방점을 찍었다. 든든한 해결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스틸타카(포항 스틸러스와 바르셀로나의 패스축구를 뜻하는 티키타카의 합성어)’는 올 시즌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세밀하고 짧은 패스에 황선홍 감독의 지론인 ‘스피드’를 덧입혔다. 미드필더 황진성과 이명주 등이 크게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최전방 공격수가 없다. 화려한 미드필더 진용과는 달리 공격진은 중량감이 떨어진다. 분요드코르전이나 베이징 궈안(중국) 원정에서 보였던 심리적인 조급함도 확실한 ‘해결사’ 부재에서 나온다. 황 감독은 수차례 데얀 같은 외국인 공격수를 원했다. 그러나 모기업 포스코의 재정 악화와 장성환 사장의 ‘재정 자립’ 의지가 맞물리며 일찌감치 외국인 공격수 영입을 접었다.

‘황선대원군’ 별명도 마냥 유쾌하진 않다. 외국인 선수를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기 때문에 속이 쓰리다. 든든한 유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옅은 선수층은 장기 레이스에 화약고다. 분요드코르전에서 부상자 속출로 교체카드를 활용할 수 없었다. 황 감독이 선수단에 끊임없이 긴장을 불어넣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프런트 사이에서는 ‘슬로우 스타터(출발은 부진하나 후반 들어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나 팀)’ 기질이 올 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안일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황새’ 황 감독은 그토록 원했던 챔스리그 비상의 날개를 접었다. 그는 “더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낮췄다. 황 감독이 한계가 드러난 포항을 다시 비상으로 이끌지 기대를 모은다.

포항|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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